Interview

OLD SOUL,

NEW SPIRIT

Vol.3 바 안과 밖의 삶을 가꾼다는 것에 대하여



<앨리스> 김용주 오너 바텐더


2년마다 공개하는 4번째 신 메뉴 완성을 코 앞에 둔 때였다. 영업 시간이 한참 남은 이른 시간임에도 여럿의 바텐더가 바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엔 또 어떤 기발한 메뉴를 들고 왔을 지 궁금해하던 때, 김용주 바텐더가 들려준 이야기는 칵테일 메이킹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어떻게 삶을 메이킹 하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10주년과 새로운 메뉴 론칭을 축하한다. 어떻게 늘 새로울 수 있나.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움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더욱 깊이 통찰하고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은 유치해질 필요도 있다.



말이 쉽다. 사람의 생각에도 관성이 있지 않나. 어떤 훈련을 거쳐야 하나.


버리고 또 버려야 한다. 비워야 채울 수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또 인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인정한다는 건 다시 말해 고집을 버리고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앨리스 메뉴도 마찬가지다. 단 한 사람이 만들지 않는다. 아이디어의 주인공은 있을지 언정 여러 사람의 관점이 모여 하나의 칵테일로 완성된다.



이번 신메뉴 콘셉트는 무엇인가. 


‘원더 WONDER’다. <앨리스>를 상징하는 ‘원더랜드’의 그 ‘원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놀라움의 표현일 수도, 궁금증일수도, 원더우먼의 원더처럼 파워풀함을 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실현해내는 것은 결국 ‘어린 아이의 시선’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팀원들에게 메뉴 개발에 있어 마지막 순간까지 강조했던 지점이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고 최종적으로 12종의 칵테일을 새롭게 선보였다.



최종 메뉴에 오른 기준은 무엇인가. 


제 마음에 들었는가(웃음). 정확히는 <앨리스> 손님으로서의 제가 기꺼이 돈을 지불할 만한 한 잔인가가 핵심이다. 맛, 스토리, 경험의 측면 등 평가 포인트는 다양하다.

2년전부터 신메뉴 론칭 행사를 글로벌 바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도 홍콩, 싱가포르, 도쿄, 마닐라, 상하이로 향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메뉴 개발의 과정은 정말 고단하다. 이만큼 고생했으니까 더 많은 곳에 자랑하고 싶어서다(웃음). 팀원들 동기 부여와 교류의 측면도 있다. 지난 10년간 <앨리스>가 한국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교류가 있어야 신 Scene은 발전한다.



국제적 교류가 터트린 축포 중 하나는 <앨리스>의 아시아 50 베스트 바 입성이다. 2016년, 한국 바 최초로 11위로 등장한 이후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50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람들이 10년이 된 바에서 여전히 새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래서 즐겁도록 하는 것의 힘은 이렇게 강력하다. 2년마다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메뉴 외에도 최근 ‘밀레니엄 칵테일’ 16종을 선보였다. 클래식을 재해석한 모던 클래식, 그리고 다시 모던 클래식을 재해석한 <앨리스>만의, <앨리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칵테일들이다.



새로운 시선 외에 팀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첫째도 둘째도 정직이다. 술을 판매하는 곳은 그 어떤 업종보다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너무 과장된 가격이 책정되지 않으면서 운영을 이어나갈 수 있는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또 서로에게 정직해야 한다. 정직이 바탕이 돼야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한다. 나머지는 자율성에 맡기는 편이다. 다행이도 큰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



10년 전 오픈 당시 꿈꾸던 <앨리스>의 모습인가. 


반은 그렇고, 반은 아니다. 일단 <앨리스> 오픈 당시엔 위스키와 재팬니스 칵테일 중심으로 바의 틀이 잡혀 있었다. 우리만의 칵테일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환대’를 중요시했다. 그래서 바의 콘셉트도 ‘원더랜드’로 정한 것이다. 정략결혼이 힘들어서 도망친 원더랜드에서 앨리스가 깨달음을 얻고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살다가 힘들 때 도망쳐 올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랐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충전하고 돌아가는 곳 말이다. 바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절반은 아니라고 한 건, 우리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뜻은 아니라 나의 시선 때문이다. 감사하게 어워드에 이름을 올리고 글로벌 신에서도 언급되면서 언제부턴가 업계를 바라보게 됐다. 오픈초기에는 손님만 바라봤는데 말이다(웃음). 모범적인 모습이란 무엇일까, 바 업계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등에 생각해 온 시간이었다.

오너 바텐더, 그를 넘어 한국 바를 대표하는 주자다운 고민 아닌가. 대표 김용주와 바텐더 김용주는 같은 사람인가. 


완전히 다르다. 바텐더 김용주는 여전히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대표 김용주는 불을 끄는 직업이다. 가끔은 전쟁터에 나가는 것 같은 마음 가짐으로 임해야 할 때도 있다. 둘 다 많이 부족하지만, 대표 김용주가 좀 더 부족한 것 같다.



바텐더만 하던 때가 그립나.


맨날 그립다(웃음). 사실 신나게 칵테일 만들려고 오픈한 게 앨리스였으니까. 여전히 바 안에서 가장 행복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내가 채워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요즘은 자주 그럴 수 없어서 고민하다 공부한 것을 팀원들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다양한 책을 읽는데, 개인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인문학 책을 찾는다. 사람과의 갈등으로 힘들 때는 술 한 잔 하며 푸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일적으로 힘들 때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똑바로 정신을 차리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매 순간의 선택이 상황을 역전시키는 터닝 포인트가 되면 좋지만 그러기 어렵다. 정말로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때에는 조금 더 멀리 보고 그곳을 향해 가기 위해 디딤돌을 놓아야한다.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기나. 


태생이 ‘바텐더’이다 보니 굉장히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바텐더 김용주가 이길 때가 많다. 정말이지 여전히 딜레마다(웃음).



그는 덧붙여 팀원들의 이상은 제지할 때가 많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하지만 바텐더 김용주가 혼자만 꿈꾸는 사람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랬다면, 그의 곁에 짧게는 3-4년, 길게는 오픈 때부터 10년을 함께 해온 ‘앨리스 군단’이 지키고 서 있을 리 만무하다.

팀원들의 근속 연수가 매우 길다. 비결이 있다면. 


저보다는 임채호 매니저와 박용우 헤드 바텐더의 역할이 크다. 그들이 현장에서 깊이 들여다보고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팀원들이 <앨리스>에서 무엇을 느꼈으면 하나. 


질문에 조금 바꿔 대답하자면 행복을 지켜주고 싶다. 예를 들어 누군가 번아웃이 와서 한 달 휴가를 가고 싶다면 무리 없는 선에서 스케쥴을 조정해준다. 자신의 바를 차리거나, 이곳에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어 떠나겠다는 친구들은 기꺼이 응원해주지만 제가, 우리가 고쳐줄 수 있는 부분으로 인한 이별은 최대한 방지하려고 하고 있다.



<앨리스>가 어떤 바로 기억되길 바라나. 


먼 훗날, 더 많은 시간이 지났을 때 업계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유산이었으면 한다. 혹여 에펠탑이 천재지변으로 무너진 들, 사람들은 그 위에 다른 것을 짓지 않고 터를 기리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할 때가 있다. 그처럼 부족하게 나마 <앨리스>가 이 바 밖을 넘어 사회적으로 노력한 점을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기리는 유산이 되길 바란다.



꿈을 꾸는 김용주 바텐더 뒤로 김용주 대표도 말을 덧붙였다. 냉정하게 <앨리스>가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앨리스>가 관에 눕게 되는 날, 정말 모두가 비난을 하더라도 ‘그 순간에 왜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까’라는 후회를 자신만큼은 남기지 않겠다고. 그를 위해 매 순간순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박한 다짐을 내뱉는 그에게 우리는, 베버리진은 늘 응원의 목소리를 보태겠다고 인터뷰를 빌어 전한다. 



EDIT. 장새별

PHOTO. 윤동길

ASSIST. 염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