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니까
브라운 스피릿 칵테일



깊어가는 겨울. 술에 계절이 어딨겠냐만은 이맘 때가 되면 투명하고 가벼운 술보다는 이상하게 브라운 스피릿에 자꾸 손이 간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들이 품은 향기가 겨울을 닮아서가 아닐지. 오크통에서 긴 시간을 보낸 위스키, 브랜디, 럼의 풍미를 떠올려보자. 바닐라, 시나몬, 다크 초콜릿, 말린 과일의 뉘앙스. 붕어빵이나 호두과자, 고구마의 구운 내와 결을 함께한다. 차가운 공기 속에 이 향들을 맡을 때면 마치 몸 안에 작은 난로를 켜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동안 베버리진이 소개한 칵테일 중, 깊어가는 겨울밤을 밀도 있게 채워줄 브라운 스피릿 컬렉션을 모아봤다.

팩토리 15.0

by 팩토리정

헤이즐넛과 크림의 조합에서 오는 고소하고 달콤한 풍미를 베이스인 코냑과 디사론노, 카카오가 넘겨받는다. ‘팩토리’라는 이름이 붙는 칵테일만큼은 누구나 마실 수 있는 한 잔으로 만드는 지향점을 담아 남녀 상관없이 좋아할만한 맛으로 완성했다.

레드훅

by 보이드

칵테일의 여왕으로 불리는 맨하탄을 변형한 클래식 칵테일. 라이 위스키의 풍미와 체리 리큐르의 은은한 단맛, 이탈리아 베르무트의 쌉쌀함이 균형을 이룬다. 마지막 한 모금을 넘긴 뒤 체리를 입에 넣으면, 스트레트 펀치를 맞은 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호피패션드

by 닙스

위스키 베이스의 올드패션드 타입. 무화과를 갈아 호지차에 넣어 수비스로 향을 뽑아내고, 헤이즐넛 리큐르와 비터를 더해 완성했다. 묵직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클래식 올드패션드에 비해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더 마에스트로

by 스왈로

청력을 잃은 뒤에도 매일 아침 원두 60알을 직접 세어 커피를 내리던 베토벤의 루틴에서 영감받은 칵테일. 원두로 만든 비터, 위스키, 그리고 와인으로 만든 슈럽을 배합해 만든다. 구조적으로는 불바디에나 네그로니와 닮아있다.

올드패션드 무비 나잇

by 바 키즈

팝콘 봉투를 접어 그 위에 칵테일과 팝콘을 내며 무비 나잇 무드를 자아내는 한 잔. 버번 캐스크에 숙성 후 PX 셰리 캐스크에서 피니싱한 토끼 소주에 브라운 버터, 메이플 시럽 등을 조합해 올드패션드를 변주했다.

슬로우 맨

by 정온

슬로우 푸드로 만든 맨하탄이라는 의미의 칵테일. 제주에서 나는 꿩엿으로 데메라라 시럽을 대체하고, 사려니숲에서 나는 꿀로 만든 미드, 백년초를 위스키에 배합한다. 가니시는 체리 대신 블러드 오렌지 퓌레와 채리잼으로 만든 젤리를 올려 완성했다.


EDIT. 장새별

PHOTO. 윤동길, 염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