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에서 가장 
[ 소풍같은 ]
칵테일



바텐더에게 메이킹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손님의 취향을 찾는 일. 탄산감, 당도, 산미 등 구체적인 언어도, 날씨나 기분 같은 추상적인 요청에도 각자의 해석으로 손님을 설득하는 한 잔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그래서 어떤 부연 설명도 없이 단 한 가지 키워드를 제시해 봤다. 


두 번째 키워드는 ‘소풍같은’이다. 여행 보다는 가볍고, 하지만 여전히 설레는 이 단어를 <연남마실>의 이민규 바텐더, <공간>의 노우현 바텐더, <프렙>의 박조아 바텐더가 해석했다. 마침, 소풍 가듯 걷기 좋은 골목들에 위치한 바들이다.   

아쉬운 봄의 끝을 잡는 법, 

금귤 팔로마 by <연남마실>

소풍과 봄은 닮았다. 짧아서 강렬하고, 아쉬워서 더욱 달콤하다. 붙잡을 수 있다면 붙잡고 싶은 그 맛을 이민규 바텐더는 계절 칵테일 ‘금귤 팔로마’에 담았다. 봄철 잠시 고개를 내미는 금귤의 씨를 하나하나 발라낸 뒤 데킬라와 함께 갈아 인퓨징해 향과 맛을 꽉 붙잡고, 맑게 걸러낸 금귤 데킬라에 허니 시럽과 화이트 와인 비니거, 라임 즙, 자몽 즙, 탄산을 더하면 완성. 걸러내고 남은 금귤은 반죽 후 건조해 안주처럼 즐길 수 있는 가니시로 올려낸다. 킥은 화이트 비니거다. ‘스읍’하고 입 맛을 다시게 하는 산미를 만들어내며 금귤의 맛과 향을 증폭시킨다. 이후 시원한 탄산감 사이로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선명했다 흐려졌다를 반복하며 입 안을 잔뜩 설레게 한다. 소풍이란 자고로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떠나고, 익숙했던 곳도 새로운 감정으로 마주하게 하는 것. 일상의 과일을 새롭게 즐기는 이 한 잔이 곧 소풍이 된다.

Who

이민규 바텐더


<연남마실>의 오너 바텐더. 날씨, 온도, 습도, 냉장고를 얼마나 여닫았는 지까지. 눈에 보이지 않고 수치화 할 수 없는 매일의 변수를 체화 해 온 20년 넘는 베테랑이다. 하지만 테크닉적인 측면을 어필하거나, 어렵게 표현하기 보다는 ‘겉으로는’ 쉽고 직관적인 칵테일을 선보인다. 그것이 아직은 칵테일을 어려워하는 손님이 많은 연남동에서 자신이 해야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있는 추억의 맛

아젤리아 by <공간>

가벼운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듯한 칵테일 한 잔과 리코타 치즈, 벌집꿀, 리덕션한 와인 소스 조합의 스몰 바이트. 마치 ‘<공간>표 피크닉 도시락’ 같다. 도시에서 자란 노우현 바텐더에게 소풍은 자연과 보다 가까워지는 일이었다. 어릴 적 사루비아, 아카시아 등 꽃 꿀을 따 먹던 기억의 맛을 재현한 ‘아젤리아(Azelea, 진달래꽃)’를 소풍 같은 칵테일로 제안하는 이유다. 벌집을 수비드 해 날카로운 맛을 누른 정원 진, 바에서 사용하고 남은 샴페인으로 만든 코디얼 조합으로 서로 다른 단맛과 산미, 플로럴한 맛의 레이어를 섬세하게 쌓아 올렸다. 소풍이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그러하듯 강렬하지 않은 편안한 맛. 하지만 기억 저편의 추억을 단번에 오늘로 끌어 올리는, 다른 의미의 강렬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Who

노우현 바텐더


<공간>의 오너 바텐더. ‘모던 코리안’이라는 테마 아래 한국적이지만, 너무 한국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긴장감 있는 줄다리기를 통해 시그너처 칵테일을 만든다. 손님의 추상적인 질문에는 가지를 쳐 나가며 정답에 가까운 한 잔을 만드는 것이 바텐더의 임무라 생각한다. 그랬을 때 한 잔 값의 가치가 생기는 법이라고.

소소한 설렘을 전하는 이벤트, 

화원 by <프렙>

가볍지만 화사하고, 누구나 마시기 편안하지만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함. 박조아 바텐더가 생각하는 소풍과 칵테일 ‘화원’이 상통하는 지점이다. 소풍이란 소소하지만 분명한 삶의 이벤트니까. 칵테일 이름은 경주 지역 와이너리 예인화원에서 이름을 따 왔다. 청수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 ‘골든 타임’의 새초롬하고 은은한 단맛과의 조화, 술이 얼음과 만났을 때의 바디감을 고려해 루바브로 만든 시럽, 오렌지 플라워 워터, 홉, 보드카를 넣고 하루 동안 인퓨징 해 안정화 기간을 거친다. 충분히 칠링해 서브되는 칵테일은 한 모금을 한껏 들이켜볼 것을 추천한다. 코 끝 깊이 전해지는 꽃 향기, 더운 속을 가라 앉히는 시원함에 어디선가 산들 바람이 불어오는 듯하다.


Who

박조아 바텐더


<프렙>의 오너 바텐더. 당근, 완두콩, 토마토 등 익숙한 재료를 칵테일로 낯설게, 낯선 재료는 낯설지 않은 맛으로 풀어낸 한 잔으로 손님들과 소통한다. 관광객 손님이 많은 경주에 위치한 만큼, 해당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맛을 풀어내는 데에도 열심이다.



EDIT. 장새별

PHOTO. 윤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