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요리 같은 술,

친구 집 같은 편안함


<엘리먼츠> 조인국 오너 바텐더


근방에만 무려 13개의 바가 밀집해 있는 청담동 도산대로 55길. ‘바 호핑’의 성지이자, 까다로운 미식가들이 모이는 이곳에 “사실은 간판을 더 숨기고 싶었다”고 말하는 곳이 있다. 바로 바&키친 <엘리먼츠>다. 이유는 명백하다. 평소 자신이 술을 즐기는 ‘바’를, 역시 자신이 요리와 술을 만들어 대접하던 ‘집’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 치열한 상권에서 자신만의 속도와 색깔로 공간을 일구고 있는 조인국 대표를 만났다.

건축을 전공한 디자이너에서 어떻게 바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나. 

서른 즈음 됐을 때 디자이너로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디자인으로 정점을 찍을 것인가, 이 역량으로 새로운 것을 해볼 것인가. 본래 요리하는 걸 좋아했고, 술은 더 좋아했다. 스무살 때부터 바를 다녔고, 직장인이 된 후에는 한 달 월급이 술에 녹아 들었다. 문득 “회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경제적인 회수라기 보다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풀어내고 싶었다. 집에서 업장 수준으로 요리하고 칵테일을 만드는 걸 지켜본 지인의 제안으로 <각 서울>을 동업하며 처음 업계에 발을 들였고, 이후 토끼 소주 한국 세일즈를 거쳐 지금의 <엘리먼츠>를 오픈하게 됐다.


바텐더라는 직업, 해보니 어떤가.

바텐더가 된다는 건 ‘신내림’과 비슷한 것 같다. 한 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중간에 회사 생활을 할 때도, 종종 게스트 바텐딩을 했는데 그때마다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엘리먼츠>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사전적으로 ‘요소’를 뜻한다. 위스키, 리큐어 등 칵테일을 구성하는 재료도, 바의 찬장 한 편을 채우고 있는 식자재도 모두 하나의 요소 아닌가.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최상품의 요소’를 잘 조합해서 내놓자는 의미를 담았다. 예를 들어 파스타 면 하나를 써도, 국내에 들어오는 것 중 가장 좋은 제품을 쓰는 식이다. 주방 및 건축에서도 많이 쓰여서 나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단어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칵테일 다이닝 바 문화의 저변이 크지 않다. ‘바&키친’을 표방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소식가라, 여행지에서도 저녁이 부담스러울 때 가볍게 바에서 술과 음식을 함께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바와 다이닝이 명확히 구분된 편이라 아쉽다. 현실적으로 바는 셰프를 구하기 힘들고, 다이닝은 바텐더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강점은 나와 박상우 바텐더가 칵테일은 물론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우 바텐더의 경우 본래 요리 전공이다. 대체할 수 없는 인재랄까.(웃음). 이 쟁쟁한 동네에서 우리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청담동에서도 특히 바 격전지로 꼽히는 도산대로 55길을 택했다.

1년 가까이 돌아다니며 적절한 곳을 찾지 못하던 중, 보자마자 계약한 곳이다. 공간 크기부터 여러 조건이 딱 맞아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이곳에 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고등학교로 치면 공부 잘하는 애들만 모아놓은 심화반 같은 동네 아닌가. (웃음) 덕분에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어떤 바를 만들고 싶었나.

‘집’. 건축 전공을 살려 시공까지 직접했다. 상업 공간보다는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바닥재나 벽, 주방 도구들도 업소용이 아닌 가정용 자재를 주로 사용했다. 주방을 오픈 키친으로 만든 것도 같은 이유다. 친구가 집에서 요리해 주면서 대화하는 듯한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칵테일에서도 ‘바&키친’적인 면모가 드러나나.

맞다. 정확히 그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음식에서 영감을 받은 칵테일을 만든다. 그래서 새로운 레시피도 항상 “어떤 음식을 칵테일로 만들었을 때 맛잇을까”에서 시작한다. 칵테일 카테고리도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등으로 코스의 흐름에 따라 나눴다.  


칵테일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박상우 바텐더도 나도 튀는 맛을 지양한다. 강한 단맛도, 강한 쓴맛도 도드라지지 않는, 마시기 편안한 칵테일을 추구한다.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 칵테일을 추천한다면.

먼저 ‘오이 샐러드’로 첫 잔을 시작해볼 것을 추천한다. 오이 주스와 폰즈, 로즈마리 시럽을 조합한 진피즈 스타일로 식전주로 제격이다. 다음은 ‘피넛 버터 앤 젤리’. 식빵에 딸기잼과 피넛버터잼을 바른 미국의 대표 간식이다. 어릴 때 미국에서 살았는데, 지퍼백에 담아 다니던 추억을 되살렸다. 딸기 우유에 밀크 워시 기법을 사용하여 도수가 낮고 부드러워 술을 잘 못드시는 분들도 좋아한다. 잔을 지퍼백에 담아 ‘Have a wonderful day’라고 손글씨를 써서 드리는데, 일종의 엄마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치맥’. 박상우 바텐더가 만든 칵테일인데, 위스키 베이스에 우엉차와 에스프레소, 배즙, 초코 비터로 달콤 쌉싸름한 기네스 흑맥주 풍미를 재현했다. 통풍 때문에 맥주를 못 드시는 분들이 아주 만족스러워 한다.(웃음)  

바는 주인이 만드는 무드도 있지만,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이 만드는 무드도 있다. 주 고객층이 어떤가.

아무래도 동네 특성상 외국인이 많다. 바들이 보통 9시부터 바빠지는데, <엘리먼츠>가 6시부터 오픈 해 바텐더들도 그 사이에 많이 찾아온다. 그들에게 좀 덜 사랑받고, 대중들에게 더 많이 사랑받도록 열심히 알려야겠다.(웃음)


일대 바텐더들의 ‘구내식당’으로 통하던데.

신선한 재료로 매일 달라지는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이 거리에서 근무하는 바텐더가 약 100여 명인데, 식사를 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특히 바텐더들이 쉴 수 있는 시간에 오픈하는 곳들은 패스트푸드점이나 분식점 밖에 없어서 건강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시작은 옆에 자리한 <제스트>의 제안이었지만, 근방에 <앨리스>, <르챔버>, <키즈> 등 이용하는 바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매일 바뀌는 만큼, 꾸준한 수요가 없으면 할 수 없는 메뉴라 양쪽에게 모두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어떤 바로 만들어가고 싶은가. 

어느 순간 바 산업이 제조업처럼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할 때가 있다.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서비스업이라는 걸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한다. 칵테일은 미식적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으로 마실 때 편안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완성되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안에서 손님들은 편하게 친구 집 와서 밥 먹고 놀다 가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퀵 칵테일’ 같은 카테고리를 만든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만들어 두고 잔에 따라내는 프렙 칵테일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빠르다는 의미로 지은 것도 있지만 가격도 2만원으로 비교적 접근성을 높였다. 손님들이 술을 많이 마시면 좋겠다.(웃음) 이 동네가 바 호핑에 워낙 특화된 동네라 1-2잔씩 마시는 손님이 많은데, 체류 시간이 긴 편안한 공간이 되고 싶다. 그게 친구 집이니까!



EDIT. 장새별

PHOTO. 윤동길

ASSIST. 염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