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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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CTION


Vol.2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페르마타> 양효준 오너 바텐더 


불현듯, 오랜 무명의 세월을 벗고 시상식에 올라 자신을 발굴한 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다름 아닌, 바 <페르마타>에서다.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던 로컬 식재료, 버려지는 식재료에 발효를 매개로 새로운 생명과 가치를 불어넣는 공생의 터전. ‘늘임표’라는 뜻의 업장명처럼 천천히 시간을 들여 완성한 한 잔은 테이블에 작품처럼 놓인다. 양효준 바텐더는 마치, 무명 배우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빛나는 배역을 선사하는 PD같다.

<리퀴드 소울>, <화이트 바>, <르챔버>를 거쳤다. 여러 바를 경험한 만큼 만들고 싶은 바의 모습이 구체적이었을 것 같은데. 

인테리어나 공간의 분위기보다 저라는 바텐더의 색이 명확하게 스며든 곳을 만들고 싶었다. 많은 손님들이 늘 “편안한 바텐더”라고 말해줬다. 왜 그렇게 느끼는 지 물어보니, 보이지 않는 배려와 섬세한 매너를 유지한다는 점, 음료 취향을 맞추는 것을 넘어 대화를 통해 손님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위로를 얻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쑥스럽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이 길을 걸으며 가슴에 가장 깊이 와 닿은 얘기였다. 그래서 <페르마타>는 바텐더와 손님이 온전히 소통하는 공간이 되도록 설계했다. 흔히들 아는 위스키를 백 바에서 거둬냈고,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주문할 수 없는 구조다. 바텐더는 손님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통해 손님의 취향과 성향 칵테일에 대한 이해도를 파악한다.  


처음 경험하는 오너 바텐더의 자리다. 특히 즐거운 점이 있다면. 

바의 팀 플레이를 하나의 게임처럼 임하는 재미가 있다. 각기 다른 능력치를 가진 이들이 모여 하나의 던전을 클리어해나가는 과정 같달까. 인생의 여정처럼, 특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땐 힘이 센 캐릭터, 민첩한 캐릭터, 지능적인 캐릭터 등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프렙에 몰두하며 희열을 느끼고, 누군가는 손님과의 대화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팀원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모두가 만족감을 느끼며 시너지를 내는 팀워크로 이어질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성향 파악이 주특기인 것 같다(웃음). 

대단히 특별한 능력이기 보다는, 사람의 성향을 헤아리는 것이 관계를 맺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노력한다. 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질과 특성을 이해해서 그에 맞는 만족감을 전달하고, 팀원 스스로는 자부심을 느끼며 자신이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다. 양효준 바텐더는 매일 발효실을 드나들며 각 재료가 내는 미세한 소리에 귀 기울인다. 투박한 외형, 혹은 미묘한 맛의 부족함으로 외면 받던 재료들의 숨겨진 목소리를 그는 누구보다 먼저 알아챈다. <페르마타>의 발효는 바로 그곳, 보통의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는 재료 본연의 속삭임에서부터 시작된다. 

발효는 균일함을 얻기 어려운 작업인데. 

맞다. 미세한 차이에도 결과물이 시시각각 변한다. 그 퀄리티를 섬세하게 체크하는 것도, 그에 맞춰 칵테일 재료의 비중을 조절하는 것도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발효의 매력이기도 하다. 발효는 단 한 순간도 게으름을 허락하지 않는다. 저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한다. 재료들이 변화하는 시간, 그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손님에게 음료 한 잔을 선보이기까지 매 순간 설레는 것 같다. 또, 발효의 매력 중 하나는 계절의 제약을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페르마타>의 ‘윈터 피치’는 겨울을 대표하는 칵테일이지만, 여름에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반대로 두룹 등의 봄나물을 활용한 나물 진을 만들어 뒀는데, 겨울에 다가올 봄의 향과 맛을 미리 경험할 수도 있는 것이 손님들에게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로컬 재료, 그중에서도 ‘버려지는 것’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 

칵테일에 담긴 여러 맛의 레이어 중 하나를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하거나, 아로마적 터치, 가니시장식에 머무르지 않고 전체의 맛을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김밥 칵테일’은 시금치와 당근 오이를 갈아서 그 향을 칵테일 안에 녹여냄으로써 ‘진짜 김밥’ 맛이 나게끔 만든다.


또다른 <페르마타> 칵테일만의 특징이 있다면. 

버려지는 재료 외에 국내 재배 바나나와 파인애플, 단수수로 만든 럼, 감 와인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재료들을 활용하고 있다. 소비되지 않으면 그 또한 결국 버려지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소개함으로써 손님들이 한 번이라도 해당 브랜드나 재료를 검색한다면 의미 있는 공생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전혀 다른 재료에서 통상적으로 아는 맛이 나는 ‘미각적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칵테일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블러디 메리를 재해석한 ‘고추장 메리’에 토마토 대신 땅콩 호박 주스와 비트 주스를 섞어 넣어 그 맛과 질감을 구현하거나, 고구마와 김치를 함께 먹는 한국의 문화에서 출발했지만 고구마 대신 바나나로 그 맛을 구현한 ‘바나나 김치’, 또 ‘누룩 커피’에서 커피 맛이 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치커리 뿌리, 카카오 닙스, 볶은 보리를 활용해 만든 ‘페이크 커피’를 활용하는 식이다.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거나 시도 중인 재료들이 있나. 

흑토마토, 차가버섯 등 검은색 계열의 재료만 활용한 ‘투명한’ 칵테일을 만들어볼까 한다. 칵테일 이름은 ‘올 블랙’ 정도? (웃음). 반전적인 재미를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업장 한 곳을 대표하는 그 이상의 존재로 느껴진다. 지금을 살아가는 바텐더의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바텐더는 단순히 술을 섞어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올바른 음료 문화의 지표가 되어주어야 한다. 재료와 칵테일, 칵테일과 사람, 거기서 파생되는 문화까지 연결하는 ‘커넥터’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페르마타>가 로컬과 발효를 넘어 더 큰 범위의 ‘공생’을 테마로 하는 이유다.


양효준 바텐더가 늘 가슴에 두는 문장이 있다고 했다. 바로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을 만들자”. 그가 사랑하는 대상이 결코 사람 뿐일까. 버려지는 것, 시선이 닿지 않는 것을 향한 마음이 지금의 <페르마타>, 나아가 한국 바 신에 감돌고 있는 순풍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펼쳐질 또 다른 따뜻한 변화들이 기대된다.  



EDIT. 장새별

PHOTO. 윤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