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퀴드 소울>, <화이트 바>, <르챔버>를 거쳤다. 여러 바를 경험한 만큼 만들고 싶은 바의 모습이 구체적이었을 것 같은데.
인테리어나 공간의 분위기보다 저라는 바텐더의 색이 명확하게 스며든 곳을 만들고 싶었다. 많은 손님들이 늘 “편안한 바텐더”라고 말해줬다. 왜 그렇게 느끼는 지 물어보니, 보이지 않는 배려와 섬세한 매너를 유지한다는 점, 음료 취향을 맞추는 것을 넘어 대화를 통해 손님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위로를 얻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쑥스럽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이 길을 걸으며 가슴에 가장 깊이 와 닿은 얘기였다. 그래서 <페르마타>는 바텐더와 손님이 온전히 소통하는 공간이 되도록 설계했다. 흔히들 아는 위스키를 백 바에서 거둬냈고, 바텐더와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주문할 수 없는 구조다. 바텐더는 손님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통해 손님의 취향과 성향 칵테일에 대한 이해도를 파악한다.
처음 경험하는 오너 바텐더의 자리다. 특히 즐거운 점이 있다면.
바의 팀 플레이를 하나의 게임처럼 임하는 재미가 있다. 각기 다른 능력치를 가진 이들이 모여 하나의 던전을 클리어해나가는 과정 같달까. 인생의 여정처럼, 특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땐 힘이 센 캐릭터, 민첩한 캐릭터, 지능적인 캐릭터 등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프렙에 몰두하며 희열을 느끼고, 누군가는 손님과의 대화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팀원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모두가 만족감을 느끼며 시너지를 내는 팀워크로 이어질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성향 파악이 주특기인 것 같다(웃음).
대단히 특별한 능력이기 보다는, 사람의 성향을 헤아리는 것이 관계를 맺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노력한다. 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질과 특성을 이해해서 그에 맞는 만족감을 전달하고, 팀원 스스로는 자부심을 느끼며 자신이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다. 양효준 바텐더는 매일 발효실을 드나들며 각 재료가 내는 미세한 소리에 귀 기울인다. 투박한 외형, 혹은 미묘한 맛의 부족함으로 외면 받던 재료들의 숨겨진 목소리를 그는 누구보다 먼저 알아챈다. <페르마타>의 발효는 바로 그곳, 보통의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는 재료 본연의 속삭임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