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게, 데킬라와 가까워지는 시간

하시엔다 데 테파

HACIENDA DE TEPA

차분히, 그리고 온전히 그 풍미를 즐기길 권하는 프리미엄 데킬라의 부상 속에서도, 어쩐지 데킬라는 '핫'한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 클럽이나 파티, 시끌벅적 잔을 부딪치는 풍경. 그래서 궁금하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 그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되는 공간이 있다. 꾸밈없고 차분하며, 은근히 포근하기까지 하다. 

무역업을 하며 여러 나라를 오가던 송승곤 대표는 멕시코에서 우연히 맛본 데킬라 한 잔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맛의 첫인상이 ‘충격’으로 다가올 만큼 강렬했고, 더 많은 사람들과 이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제품을 수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이유다.

음식과 데킬라를 파는 식당이자, 데킬라를 구매할 수 있는 쇼룸. 하지만 이 공간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데킬라에 관심 있는 누구나 마음 편히 들를 수 있는 ‘아지트’가 떠오른다. 화려한 분위기에 기대지 않아도 데킬라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바가 부담스러운, MBTI로 치면 ‘I’에 가까운 이들에게는 더더욱. 

화려함 대신 여백으로 설득하는 공간

 

마포구청역과 가좌역 사이의 한산한 골목. 지도로 보면 두 역의 중심에 정확히 놓인 자리. ‘이런 곳에 데킬라 안테나샵이?’라는 생각이 드는 곳에 <하시엔다 데 테파>가 있다.

동명의 제품은 국내 정식 출시 이후, 서울과 지방의 다양한 주류 박람회에서 팬층을 넓혀왔고, 프리미엄 데킬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여러 칵테일 바의 데킬라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결국 진정성 있게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허들이나 가격 부담 없이 브랜드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닿았다.

깔끔하고 미니멀하게 차린 공간에는 ‘데킬라’라는 술이 가진 화려한 이미지와 달리 분위기를 띄우는 조명이나 음악도 없다. 관심 있게 찾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간판마저 이곳에서는 의도된 선택이다. 데킬라가 특별한 날이나 특별한 음식에만 어울리는 술이 아니라, 일상의 식사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 ‘편안함’과 ‘여백’ 두 가지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공간을 차렸다. 자연광이 스며드는 낮과 어둠이 내려앉은 밤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드러내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아지트 같은 곳이 되길 바랐는데, 점심에는 가벼운 식사를 즐기러, 저녁에는 데킬라와 안주를 곁들이기 위해 찾는 손님들이 공간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입소문을 내더니 최근에는 소규모 모임을 위한 대관 문의도 늘어났다. 멕시코 현지에서 TOP5에 꼽히는 증류소임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양하고 품질로 승부해 온 현지 증류소의 철학처럼, 거추장스러운 수식을 거둬내고 꾸밈없는 진정성으로 가치를 전했더니 어느새 손님들로 공간이 채워졌다.

낯선 이름, 확실한 품질


무역업을 본업으로 하는 송승곤 대표는 미국과 멕시코 등 여러 나라를 오가며 일하던 중 우연히 하시엔다 데 테파를 접했다. 술에 특별한 관심이 없었음에도, 이 데킬라가 고품질이라는 사실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프리미엄 데킬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며 국내에도 다양한 브랜드가 소개되고 있는 와중에, 하시엔다 데 테파의 전략은 명확하다. 유명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이나 화려한 파티 대신, 품질에 대한 신뢰로 우직하게 가는 것. 3대에 걸쳐 농장에서 블루 아가베를 직접 재배하고 증류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며, 미국과 멕시코 현지에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아직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다.

블랑코부터 아네호까지 전통적인 숙성 단계의 제품은 물론, 크리스탈리노, 그리고  블랙처럼 개성을 더한 스타일까지 총 다섯 가지 라인업을 갖췄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데킬라를 즐기는 ‘레벨’이 아닌 취향의 차이. 블랑코는 아가베의 신선함을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고, 레포사도는 오크 숙성에서 오는 부드러운 깊이를, 레포사도 크리스탈리노는 오크 숙성 후 여과 과정을 거쳐 깨끗하고 매끄러운 질감을, 레포사도 블랙은 스모키한 인상을, 아네호는 장기 숙성에서 비롯된 밀도 있는 여운을 남긴다. 특히 다른 브랜드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레포사도 블랙은 아메리카노처럼 맑은 검정색을 띠는데, 그을린 오크통에 탄화 스틱을 넣고 숙성해 강렬한 인상과 초콜릿 향을 품고 있다. 

매장에서는 다섯 가지 데킬라를 샷으로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데킬라 하이볼, 팔로마 같은 칵테일로도 경험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토마토 주스와 시트러스, 스파이스를 더한 멕시코 전통 롱 칵테일 ‘데킬라 뱀피로’는 데킬라의 본질적인 매력과 멕시코의 감각을 가장 생생하게 전한다.

한국과 멕시코의 경계를 넘나드는 메뉴


메뉴 구성 역시 데킬라의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불고기 타코’, ‘또띠아 피자’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메뉴부터, ‘깔리마리’, ‘도리로코스’로 멕시칸 요소를 더하고, ‘떡볶이’, ‘해물라면’, ‘모듬전’ 같은 한식 메뉴를 함께 구성해 한국적인 식문화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대관 예약 시에는 인원과 재료 수급에 따라 상황에 맞는 커스텀 메뉴를 제공한다. 지중해식 에피타이저로 시작해 ‘수육’, ‘광어 카르파쵸’를 코스로 내고, ‘문어 세비체’, ‘연포탕’ 등으로 구성은 유연하게 조정한다. 특히 ‘광어 카르파쵸’는 매일 망원시장의 횟집에서 원하는 두께로 손질한 횟감을 받아 가장 신선한 상태로 제공한다.

송승곤 대표는 가볍고 신선한 스타일의 음식에는 아가베의 산뜻함이 살아있는 블랑코를, 불에 구운 육류나 튀김처럼 짭짤한 감칠맛의 메뉴에는 오크 숙성에서 오는 스모키한 풍미가 매력적인 레포사도 블랙을 추천한다. 천천히 음미할수록 음식과 술의 레이어가 겹겹이 쌓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카페 메뉴가 있다는 점도 이 공간의 다정한 배려. 최대한 거리감 없이 브랜드를 경험하길 바랐다.



EDIT. 홍수연

PHOTO. 윤동길

ASSIST. 염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