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highball

Vol.4

어떤 얼음이 좋은 얼음일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밖으로 나오자마자 컵 속 얼음이 순식간에 줄어든다. 요즘 날씨가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바에서 마시는 칵테일의 얼음은 쉽게 녹지 않는다. 술만큼이나 중요한 재료, 얼음. 어떤 얼음이 좋은 얼음일까?

얼음에는 ‘맛’이 없지만, 얼음은 칵테일의 맛에는 분명히 영향을 준다. 술 온도를 빠르게 낮춰주고, 고유의 풍미를 또렷하게 드러나게 한다. 특히 하이볼은 사용하는 재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상태가 더 중요하다. 집에서 하이볼을 만든다면 모든 재료를 가급적 완벽한 상태로 준비해 보자. 그래야 언제나 일정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직접 얼린 얼음은 불투명하고, 기포가 많고, 금방 녹는다는 것을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좋은 얼음은 그 반대다. 투명하고, 단단하고, 잘 녹지 않는다. 최종천 바텐더는 “겨울의 계곡을 떠올려보라”라고 말한다. 흐르는 동안 서서히 얼어붙는 겨울 계곡처럼, 천천히 언 얼음은 투명하다. 얼음이 불투명해지는 건 빨리 얼기 때문이다.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면 물속 산소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얼음 속에 공기층을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언 얼음은 빨리 녹고 쉽게 부서진다. 집에서 투명한 얼음을 만들고 싶다면 냉동실 대신 아이스박스를 활용하면 된다. 얼음 틀에 물을 채운 뒤 아이스박스에 넣고 뚜껑을 열어둔 채로 얼리면, 위에서부터 천천히 얼어 공기층이 아래로 모인다. 아래쪽의 불투명한 부분만 잘라내면, 바에서 쓰는 것 같은 투명한 얼음을 얻을 수 있다. 또 하이볼에 사용하는 얼음은 클수록 좋다. 음료와 닿는 표면적이 줄수록, 녹는 속도도 느려진다.


가정용 냉동실의 온도는 대부분 -10도에서 -5도 사이다. 바에서는 -20도에서 -40도까지 온도를 낮춰 보관하지만, 집에서는 이런 조건을 만들기 어렵다. 최종천 바텐더가 얼음을 공부할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얼음 입장에서 가정집 냉장고는 매우 뜨거운 공간’이라는 것이었다. 얼음을 보관할 때는 냉동실 문을 자주 열지 않고, 얼음을 안쪽 깊숙한 곳에 두는 게 방법이다. 사실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돌얼음’을 사용하는 것이다. 투명하고 단단해 천천히 녹고, 일정한 품질을 유지한다. 다만 이 역시 냉동실에 오래 두면 음식 냄새가 배기 쉽다. 사용하고 남은 얼음은 과감히 버리고, 필요할 때마다 당일 배송으로 받아 쓰는 것이 가장 좋다. 

하이볼 한 잔을 위해 얼음까지 신경 쓴다는 게 과해 보일 수도 있지만, 완벽한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얼음은 하이볼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한 조각이다. 



*8월까지 다양한 주제로 하이볼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번 여름엔 베버리진과 함께 각자의 취향을 발견해 보세요. 하이볼 콘텐츠는 <임바이브>와 함께합니다.

EDIT. 홍수연

PHOTO. 윤동길

ASSIST. 염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