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OLD SOUL,

NEW SPIRIT

Vol.1 오너, 그리고 바텐더로 살아간다는 것



<르챔버> 엄도환・임재진 오너 바텐더


10년쯤 되면 모든 것이 익숙해지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이 인터뷰는 실수와도 실패와도 분명히 다른, 그들의 ‘시도’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제 막 오너 바텐더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들에게, 어쩌면 새로운 도전을 앞 둔 모두에게 보내는 조언과 격려다.

처음 <르챔버>를 시작할 때 두렵진 않았나.


임재진 두려움이나 긴장보다는 타인의 지시가 아닌 ‘우리가 직접 꾸려 나간다’는 설렘이 더 컸다. 



<르챔버>에서 실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나. 


임재진 당시 경영을 직접하고, 손님을 접객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없었다. 바텐더가 주체가 돼서 A부터 Z까지 모두 도맡는 진정한 우리 것을 만들고 싶었다. 둘 다 직업을 바텐더부터 시작한지라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우리가 잘 안 되면 다음 주자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나름의 사명감도 있었다.



오너 바텐더는 11년 전 두 사람도 처음 입은 옷이었다. 이제 조금 익숙해졌나.


엄도환 초반에는 바텐딩에 치중했다. 오너 바텐더라는 단어를 바 신에서 정립해놓고도, 막상 대표라는 직함이 우리 옷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칵테일을 만드는 이 직업의 본분을 너무나 사랑했다. 여전히 대표 보다는 바텐더라는 호칭을 더 듣고 싶다. 그런데,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는 바텐더라는 옷만 입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시행착오가 많았고, 여전히 미흡하다. 물론, 11년 전보다 정말 많은 노하우가 쌓였다고 자부한다.



바텐더라고 불리는 것이 더 좋다는 건 괜한 말이 아닌 듯했다. 두 사람은 손님이 ‘나를 위한 한 잔’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또 오늘의 기분에 맞게, 즉흥적으로 만들어 준 칵테일의 반응이 좋았던 기억을 들뜬 목소리로 한참을 되짚었다. 마치 바텐더 초년생처럼. 두 사람은 이제 대표의 옷을 더 자주 입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텐더라는 옷을 어쩌면 영원히 벗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노하우를 나누어 준다면.


엄도환 이제 막 오너 바텐더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실제로 많은 조언을 하는데, 잘 안듣더라(웃음). 결국 본인이 경험해봐야 한다. 다만 많은 바텐더들이 숫자, 즉 회계에 약한데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재정관리라는 것이 자존심 문제도 있고, 누구한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라 본인 스스로 부딪히며 배우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르챔버>는 임재진 대표와 , 둘이라 많이 의지하며 성장해왔다.

다툼은 없었나. 


임재진 토론 정도로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떻게 긴 시간 싸우지 않고 함께 하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기본은 ‘존중’이다. 엄 대표는 저보다 형인데도, 누군가에게 저를 소개할 때면 아직도 “월드 클래스 코리아 우승 당시 나의 롤모델이었다”고 말한다. 존중을 받으니, 동생으로서 저 역시 그의 모든 면을 존중하게 된다.


엄도환 우리 둘은 성격이 정말 다르다. 잘하는 것도 다르다. 그래서 서로의 분야를 나누고 관여하지 않는다. 각자의 역할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서로 믿는 것이다.



존중과 신뢰의 정신은 직원을 대할 때도 중요한 태도인듯 하다. 그 외에 신경쓰고 있는 점이 있나. 


엄도환 <르챔버>는 보다 체계적인 조직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시간 한 업장에서 1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를 하다보니 직함이 있는 피라미드 구조가 필수적이었다. 조직이라는 건 잘난 사람만 있다고 돌아가지 않는다. 못난 사람도, 고만고만한 사람도 있어야 성장한다. 임 대표가 말한 것처럼 내성적인 직원도 필요다. 그래서 새로운 직원을 뽑을 때 구성원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임재진 직원 한 명 한 명의 성향을 파악해서 맞춤형 관리를 해줘야 한다. 외향적이면 외향적인대로, 내향적이면 그대로 각자의 장점을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지원해야 한다. <르챔버> 안에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해외 게스트 바텐딩 등의 현장에 데려가 스스로 부족한 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다. 그때 말해야 우리의 이야기가 더욱 금방 와 닿는다.



해외 게스트 바텐딩을 자주 나간다.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임재진 아시아 50 베스트 바를 기반으로 한 교류의 목적도 있지만,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교류에 있어 낮에는 많은 직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밤에는 바텐더가 그것에 특화된 직업이라 생각한다. 한국 바텐더로서 꾸준히 긍적적인 이슈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엄도환 단연 직원 관리다. 많이 믿고 의지했던 직원이 떠날 때는 상실감도 컸다. 서운함을 빨리 떨쳐내야 하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


임재진 일단 자식 키우는 기분이다(웃음). 직원에게 잘 해줘도 떠나고, 조금 못해준 것 같은데 오래 함께 하기도 하고. 정말 알 수 없다.



<르챔버> 출신 오너 바텐더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 바의 유산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엄도환 맞다. 그 친구들이 나가서도 <르챔버> 출신임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에 저 또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 바에서 파생되어 또 다른 오너 바텐더도 생길 것이다.


임재진 <페르마타>, <파인앤코>처럼 <르챔버> 출신이 오픈한 바의 직원들에게도 다른 감정을 느낀다. 핏줄이 섞인 기분이랄까. 일면식도 없었는데 더 잘해주게 되더라.

 


직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 


엄도환 <르챔버>라는 브랜드의 한 일원으로 근무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으면 한다. 반대로, 그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칵테일도 많이 만들어봐야 한다. 가격대가 높은 만큼, 그에 걸맞은 르챔버식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잠을 줄이라고 자주 말한다(웃음). 일반 직장인이 운용할 수 없는 오전 오후 시간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게 바텐더다.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

르챔버의 서비스란 어떤 것인가


임재진 아주 작은 예를 들어보면, 잔이 테이블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을 때 그 잔을 이동시켜 안전에 신경 쓴다. 손님이 필요한 것을 요청하기 전에 제공하는 예측 서비스의 일종이다. 바에 앉든, 테이블에 앉든 동일한 관심 속에 동일한 서비스를 느낄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다.


엄도환 주기적으로 서비스 교육을 하고 있다. 중요한 건 ‘차별화’고, 그 차별화는 사소한 듯 보이는 디테일에서 나온다. 손님이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담배를 피우고 돌아올 때마다 물수건을 건네는 서비스, 착석 시 소파 케어 서비스, 자리를 비울 때 음료를 냉동 보관하는 서비스 등이 예다.



오래된 바로서 새로움에 대한 고민은 없나. 


엄도환 물론 있다. 워낙 변화가 빠르고,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던 재료들을 쓰고, 그 과정에서 정말 좋은 품질의 칵테일이 나오는 시류를 인지하고 있다. 우리도 음료 쪽에 반영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베이스는 클래식을 고수하는 주의다.

 


클래식 ‘바’란 무엇인가. 


임재진 요즘 칵테일 프렙을 해두는 추세지만 우리가 정의하는 바는 여전히 바 카운터를 가운데 두고 손님과 바텐더가 교감 속에 한 잔을 만들어내는 장소다. 세계적인 트렌드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손님의 니즈에 반응할 수 있는 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야 바텐더도 술에 대한 지식을 더욱 열심히 쌓고 연습하지 않겠나. 상품을 찍어내듯 칵테일을 만들어 내는 것에 아직까지는 흥미가 없다.


엄도환 여전히 진열장에 술이 가득한 것이 바의 모습이고, 인테리어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근래 백 바를 비우는 형태는, 각자의 고민으로 탄생한 공간인 만큼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는다.



<르챔버>의 다음 꿈은 무엇인가. 


임재진 그 동안 바와 클럽 오픈, 컨설팅 등 많은 경험치를 쌓았다. 현시점에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르챔버>를 하나의 유산이 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바텐더가 주축이 돼서 만드는 축제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만 잘 되는 걸 떠나서, 많은 후배들과 많은 바들이, 그리고 많은 손님들이 즐거울 수 있는 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엄도환 단연 <르챔버>를 오래도록 운영하는 것이 첫 번째 꿈이다. 우린 정말 알뜰하게 절약하며살았다(웃음). 이 베이스 캠프에서 잘 축적한 자금으로 실력이 뛰어난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그 연장선으로 첫번째 파트너십 바 <페르마타>가 문을 열었다. 그들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것에 관여하지 않되, 10년 넘게 쌓아온 우리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아낌없이 전할 예정이다.



10년을 넘긴 바의 오너에게 꿈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이 멋적지는 않을까 질문을 주저했던 것에 반해 두 사람은 또박또박 <르챔버>  다음 스텝을 들려줬다. 두 사람이 있는 한 어쩌면 <르챔버> 뿐만이 아니라 한국 바 신도 계속해서 꿈을 꿀 수 있지 않을까.



EDIT. 장새별

PHOTO. 윤동길

ASSIST. 염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