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적으로 왜 운중동이었나.
분당은 내가 30년을 지낸 곳이다. 이미 바 상권이 잘 형성되어 있는 동네도 좋지만, 여기서 꼭 좋은 바를 만들고 싶었다. 마침 파트너인 이진우 오너 바텐더 역시 분당에 거주하고 있어 다른 곳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판교라고 하면 다들 IT 중심지인 판교역 쪽을 생각하듯, 우리에게도 운중동은 본래 선택지에 없었는데, 소개받아 와보니 내가 그렸던 바의 모습과 이곳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렸던 바의 모습이란 어떤 것인가.
단골 손님 위주로 분위기가 형성되는 바를 원했다. 편안하게 오가고, 퇴근 후에 한 잔하고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손님과 바텐더의 간격이 굉장히 가까운 느낌의 바 말이다. 그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바라는 곳이 한 번 문턱을 넘기는 어렵지만, 이후 두 번 세번 오게 할 자신이 있었다.
호스피탤러티에 자신 있다는 말로 해석해도 되나.
일면 그렇다.(웃음) 칵테일 얘기를 해보면 요즘 잘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 그들의 세련됨이나 과학적인 기법에 비하면 나는 다소 투박한 편이다. 물론 나만의 방식으로 칵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궁극적으로 손님과의 거리를 좁혀 나가고 그 안에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금의 나에겐 ‘좋은 바텐더’라는 생각이 든다.
설명이 친절하다는 리뷰가 정말 많더라.
운중동 상권은 연령대가 기본 40대로 높은 편이다. 커플이나 친구 보다는 부부,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다. 나도 쉽게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인데, 마음에 든다. 그러다 보니 칵테일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분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설명을 잘 하게 된다.(웃음) 칵테일 가격에 대한 장벽도 있는데, 그래서 설명을 더 심도 있게 하려고 한다. 이건 비단 이 상권만의 탓은 아니고 서울 어디를 가도 들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위스키는 나보다 조예가 깊은 분들이 많아 되려 배우기도 한다. 좋은 채찍질이 된다.
비교적 주말에 한산한 동네 아닌가.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
맞다. 확실히 매출면에서는 평일이 우세하다. 주말에 비교적 한가롭게 운영하면서 우리도 재정비하고 관리할 시간을 가지는 편이다. 무엇보다 <티앤프루프>에서 근무할 때 박성민 대표가 “동네 바는 언제나,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철학이 나한테는 정말 감명 깊었고, 나 역시 동네에서 바를 운영하는 오너로서 지켜가고 싶다.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던 20대 학생은 웨스턴 바로 입문해 청담의 다이닝 바 <카페 74>, <스틸>, 그리고 도곡동 <티앤프루프>까지 다양한 장르의 바를 거치며 내공을 쌓았다고 했다. 15년의 행보 끝에 오너의 길로 새롭게 들어선 길목에서 택한건 도시의 불빛을 닮은 화려함도, 정제된 세련됨도 아닌 따뜻한 동네 바. 그가 꺼내는 비기는 제대로 통했고, 한 번 왔던 손님의 재방문율이 체감상 90% 가까이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