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위스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다. 그는 스코틀랜드로 유학을 떠나 위스키의 모든 제조 과정과 노하우를 익혔고, 일본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를 세우며 일본 위스키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 일본 위스키가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것은, 그 시절 낯설고 외로웠던 시간 속에서 결국 자신의 이상을 현실로 만든 그의 열정과 도전 정신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타케츠루는 1894년 일본의 사케 양조장 가문에서 태어났다. 태생부터 양조의 길 위에 서 있었다. 공업고등학교 양조학과 졸업을 앞두고 당시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증류소였던 ‘셋츠 주조(Settsu Shuzo)’를 찾아가 위스키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고, 졸업 전 조기 채용되었다. 그곳에서 이미테이션 위스키*를 만든 것이 그의 첫걸음. 셋츠 주조는 일본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 건설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타케츠루는 당시 사장의 지원으로 스코틀랜드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대학에서 공부하며 증류소를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방인에게 쉽게 기술을 내어줄 리 없었다. 지치지 않는 열정 끝에 한 증류소에서 견습생으로 일할 기회를 얻었고, 그는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렇게 남긴 그의 메모들이 지금까지도 ‘위스키 바이블’이라 불리고 있다.
1920년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타케츠루는 스코틀랜드에서 만난 그의 아내, 리타와 함께였다. 국제 결혼은 물론 이민 자체도 흔치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오직 남편의 꿈을 위한 결정이었다. 타케츠루는 서양식 집을 짓고, 리타는 집에서 기모노를 입으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살아갔다. 그러던 중 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셋츠 주조’가 위스키 생산을 포기하게 되고, 창업을 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낀 타케츠루는 ‘코토부키아(현 산토리)’로 옮겨갔다. 스코틀랜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최초의 증류소인 야마자키 증류소 건설에 큰 역할을 한 것도 바로 그였던 것이다.
*이미테이션 위스키
당시 미국에서는 연속식 증류기로 만든 그레인 위스키와 블렌디드 위스키가 등장하며 단식 증류기 파와 연속식 증류기 파가 나뉘게 되었다. ‘오크통에서 숙성하고 첨가물을 넣지 않은 증류주’만을 위스키라 정의했는데, 그렇지 않은 술을 이미테이션 위스키라고 표기하면서 등장했던 용어다. 이 논란은 1909년, 윌리엄 태프트 미국 대통령이 스트레이트 위스키, 블렌디드 위스키를 공식적으로 분류하며 정리되었다.
타케츠루는 사실 야마자키가 아닌 훗카이도에 증류소를 짓고 싶었다. 서늘한 기후, 적절한 습도, 맑고 풍부한 수자원과 깨끗한 공기까지. 스코틀랜드를 닮은 완벽한 환경이었다. 그러나 대도시(도쿄, 오사카 등)와의 접근성이 떨어져 사업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제안은 거절당했다. 야마자키 증류소 건설은 매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자신만의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꿈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결국 코토부키야와 약속한 10년을 꼬박 지킨 1934년, 그는 닛카 위스키의 출발점이 된 ‘대일본 과즙 주식회사(Dai Nippon Kaju)’를 설립했다. 이 주스 회사는 주류 면허를 취득하고 위스키를 숙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고, 실제 요이치현의 사과를 이용한 사과주스를 만들어 판매하며 운영 자금을 마련했다. 1936년부터 본격적인 증류를 시작했고, 1940년 마침내 첫 위스키를 출시했다.
타케츠루는 가장 이상적인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네 가지 조건을 세웠다.
첫째, 스코틀랜드와 유사한 조건을 갖춘 곳에 증류소를 지을 것.
둘째, 다양한 스타일의 몰트위스키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
셋째, 코페이 스틸(coffey still, 연속식 증류기)*을 활용해 그레인 위스키를 증류할 것.
넷째, 높은 수준의 블렌딩 기술을 갖출 것.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첫 번째 증류소는 요이치에 세워졌다. 강과 바다가 모두 인접해 입지 조건이 완벽한 곳으로, 포트 스틸(pot still, 단식 증류기)*을 사용해 석탄으로 직접 가열하는 전통 방식으로 증류한다. 석탄 조절 방식은 온도 조절이 어려워 오늘날에는 대부분이 가스로 대체되었지만, 진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닛카는 현재까지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단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 그의 성격 덕에 두 번재 증류소를 세우기까지는 무려 35년이 걸렸다. 1969년 설립한 미야기쿄 증류소가 그곳. 계곡이 흐르는 산속, 히로세 강과 닛카와 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수온이 다른 두 강물이 만나 안개를 만들어내며 풍부한 습도를 유지하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타케츠루는 현장 답사 중 직접 강물과 위스키를 함께 마셔보며 물맛을 확인했고, 닛카와 강물은 지금도 미야키쿄 몰트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의 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닛카와 강물로 빚어지는 닛카 위스키. 둘의 만남이 꽤 운명적이지 않은가. 미야기쿄에는 또 하나의 이상, 코페이 스틸이 있다. 타케츠루가 코페이 스틸을 중시한 것은 풍미 때문. 높은 알코올 도수로 증류되어 섬세하고 깨끗한 맛을 내며, 과일 향이나 곡물 향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표현이 가능하다. 특히 닛카는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전통식 코페이 스틸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현대식 코페이 스틸로 증류한 것보다 더 풍미가 살아있는 그레인 위스키를 만들어내는 닛카만의 비법이다.
*코페이 스틸(coffey still, 연속식 증류기)
낮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증기로 천천히 가열하는 방식으로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낸다.
*포트 스틸(pot still, 단식 증류기)
전통적인 방식으로, 불로 직접 가열하며 진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기술력과 스토리를 겸비한 닛카
타케츠루는 높은 수준의 블렌딩 기술을 갖추기 위해 블렌더들이 전통을 계승하는 것과 혁신을 이끄는 것, 두 가지를 동일하게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9년, 더 풍부한 몰트위스키에 대한 니즈와 안정적인 원액 공급을 위해 일본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스코틀랜드의 벤 네비스(Ben Nevis)를 인수하며 총 세 곳의 증류소를 보유하게 되었다. 벤 네비스에서 생산되는 하이랜드 지역 특유의 묵직하고 풍부한 몰트위스키는 닛카의 대표적인 블렌디드 위스키인 ‘프롬 더 배럴’, ‘더 닛카’ 등에 사용되며 복합적이고 깊이 있는 풍미를 만드는 중요한 블렌딩 원료로 자리 잡았다.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습득한 기술력과 일본 특유의 섬세함, 장인정신까지 더해 본인의 이상을 현실로 완성시킨 타케츠루. 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マッサン(Massan)’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NHK 공영방송에서 방영되며 일본에 위스키 붐을 일으키키도 했다. 계절을 반복하며 익어가는 위스키처럼 타케츠루의 철학과 신념도 오랜 시간 닛카 안에서 숙성되어 왔으며, 닛카는 이제 타케츠루 개인의 꿈이 아닌 일본 위스키의 살아있는 역사가 되었다.

EDITOR. 홍수연
PHOTO. NIKKA WHISKY, FJ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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