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대로 ‘최초’다. 데킬라에 단일 밭(Single-Field) 개념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버지 토마스는 열렬한 와인 애호가였다. 80년대 중반부터 수십 년 동안 앙 프리뫼르(en primeur)*를 위해 매년 부르고뉴 여행을 했다. 그러면서 이미 와인 신에서 정립되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단일 밭 개념, 즉 떼루아의 원칙을 데킬라에 적용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해왔고 실현시킨 것이다. 토양 구성, 고도, 미세 기후, 일조 방향과 경사, 하층토 구조와 배수 등 생산 배치마다 특성이 각기 다른 단일 밭에서 아가베를 수확하기 때문에, 출시하는 제품마다 고유의 풍미적 특성(Organoleptic Profiles)이 담겨있다. 현재까지 거의 50회의 단일밭 수확을 거치면서 떼루아가 데킬라 풍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앙 프리뫼르(en primeur)
아직 숙성 중인 와인을 미리 시음하고 구매하는 방식. 일반적으로 와인이 생산된 이듬해 봄에 진행되며, 희소한 와인을 선점할 수 있다.
데킬라에 떼루아와 빈티지 개념을 도입하는 게 시장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나.
이미 많은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여러 데킬라 브랜드들이 라벨에 싱글 에스테이트(Single Estate)를 표기하기 시작했다. 오초를 처음 출시했던 때만 해도 많은 생산자들이 토마스와 카를로스를 ‘미쳤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상당수가 오초의 선례를 따르고 있다. 지난 18년간 이어온 선구적인 공정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어 매우 기쁘다.
할리스코 주 내에서도 저지대와 고지대가 구분된다. 오초 데킬라는 고지대 아가베를 사용하는데, 두 지역의 아가베는 각각 어떤 특징이 있나.
카를로스 가족이 소유한 밭 대부분이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지금까지 수확한 아가베는 거의 고지대인 ‘로스 알토스’에서 나왔다. 다만 저지대라 불리는 ‘데킬라 밸리’ 역시 해발 1,200~1,400m에 위치해 있어 엄밀히 따지면 저지대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비교가 어렵지만, 굳이 나눠보자면 밸리의 아가베는 강건하고, 풀 향, 채소 풍미, 후추의 뉘앙스를 띠는 반면, 로스 알토스의 아가베는 과일향과 꽃향이 두드러지고 단맛이 높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좋은 아가베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카를로스 가문의 재배 원칙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첫째, 밭이나 식물에 어떠한 화학 살충제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윤작 등 지속 가능한 농법을 통해 영양분을 충분히 보충하고 예민하게 관리한다. 마지막으로 숙련된 히마도레스(Jimadores)*팀이 각 밭에서 가장 잘 익은 아가베만 선별해 수확한다. 이 조건 속에 수확한 아가베는 당도와 산도가 모두 높아 데킬라에 깊고 복합적인 풍미를 더한다. 카를로스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최고급 데킬라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최고급 아가베를 사용하는 것이다.”
*히마도레스(Jimadores)
아가베를 수확하는 전문 농부를 뜻하는 히마도르(Jimador)의 복수형.
단일 밭 외에 제조과정에서의 차별점이 있다면.
2008년 첫 출시 당시, 데킬라 시장은 보드카 시장을 흡수하기 위해 더 중립적이고 깨끗한 풍미로 완성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반면 토마스와 카를로스는 복합적인 풍미의 풀바디 데킬라를 만들며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숙성 역시 매우 가볍게 적용해 아가베 본연의 풍미를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 덕분에 중요한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