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는 없지만 셰프의 레시피가 있는 바
“칵테일이 맛있다”는 말만큼 “음식이 맛있다”는 평을 듣는 바.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귀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바에도 제대로 된 음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세 바텐더의 공통된 생각이었던 만큼, 냉동식품이나 기성품에 의존하기보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바 서비스를 하면서 주방까지 돌보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혼자가 아닌 셋이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가장 공을 들인 메뉴는 ‘소유 라멘’과 ‘쌈장 풀드포크’.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소유 라멘’은 육수부터 직접 뽑는다. 닭 껍질을 모두 제거하고 4시간 동안 끓여내, 진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맛을 자랑한다. 여기에 닭껍질, 파, 마늘로 만든 향미유를 더해 한식적인 결을 입혔다. 이 메뉴에는 니카의 타케츠루 퓨어 몰트를 베이스로 한 하이볼을 곁들여 볼 것을 추천한다. 은은한 스모키함과 과실 향이 짭짤한 음식과 좋은 균형을 이룬다. ‘쌈장 풀드포크’는 쌈장과 바비큐 소스로 버무린 돼지고기를 24시간 수비드한 뒤, 오븐에서 한 번 더 구워낸다. 함께 제공되는 백김치는 화이트 와인 비네거와 참기름, 설탕으로 버무려 산뜻하게 마무리했다.
바에서 이토록 완성도 높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건 김성연 바텐더가 조선 팰리스 근무 시절 쌓은 인연 덕분. 현재 압구정 <더 코너 하우스>를 운영 중인 김홍석 셰프의 기본 레시피를 뼈대 삼아, 마치 칵테일을 만들 듯 한 끗의 터치를 더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오리엔탈이라는 확고한 콘셉트만큼, <오리엔스>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누구든 부담 없이 들러 칵테일 한 잔, 맛있는 음식과 함께 쉬어갈 수 있는 따뜻한 공간. 맛의 완성도만큼이나, 이곳에서 흘려보내는 편안한 시간이 무엇보다 매력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