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킬라의 새로운 시대를 연


프리미엄 데킬라 12

‘클럽에서 마시는, 취하기 위한 술’이라는 이미지는 이제 아득한 과거가 됐다. 특히 미국에서는 켄달 제너, 마이클 조던, 드웨인 존슨 같은 셀럽들이 직접 브랜드를 만들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 국내도 마찬가지. 지드래곤과 협업한 소모스 데킬라 한정판은 출시 10분 만에 1만 명이 몰리며, 지금 가장 핫한 술 반열에 올랐다.


프리미엄 데킬라가 전하는 공통의 메세지는 더 이상 단순한 쾌락의 술이 아니라는 것. 100% 블루 아가베를 사용하고, 벽돌 오븐에서 조리하고, 구리 증류기로 증류하는 등의 전통 방식을 고스란히 지키는가 하면, 개성 넘치는 보틀 디자인으로 이목을 끈다. 수십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과 ‘프리미엄’,  ‘럭셔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소금과 레몬을 곁들이라는 조언도 어쩌면 이제는 진부하다. 위스키처럼 고유의 풍미와 질감을 음미하고, 다양한 요리와 페어링하며 즐길 때 비로소 이 데킬라의 매력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데킬라를 즐기는 방식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이제 데킬라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시간이다. Hola, 데킬라.

데킬라 가이드

지금부터 이야기할 데킬라와 우리가 알고 있던 데킬라를 구분하려면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데킬라는 오직 멕시코 할리스코(Jalisco) 주를 포함한 5개 지역에서 자란 블루 아가베(용설란)로만 만들 수 있다. 꼬냑과 브랜디,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의 관계처럼, 이외 지역에서 자란 아가베로 만든 술은 ‘메스칼(Mezcal)’로 분류된다. 블루 아가베는 보통 7~8년 동안 천천히 자라며, 수확 시 이파리를 잘라내고 남은 몸통인 ‘피냐(Piña)’가 데킬라의 주 원료가 된다. 날카로운 이파리를 제거하고, 분리하고, 껍질을 벗기는 과정은 숙련된 기술자, ‘히마도르(Jimador)’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통상적으로 블루 아가베를 51% 이상 사용하면 ‘데킬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우리가 ‘원샷’의 쾌락을 추구하던 저가 데킬라 중 상당수는 블루 아가베에 다른 당분을 섞어 만든 ‘믹스토(Mixto)’ 데킬라였을 가능성이 높다. 알코올이 거칠게 느껴지고, 아가베 향이 옅으며, 숙취가 심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데킬라는 숙성 기간에 따라서도 블랑코, 레포사도, 아네호, 엑스트라 아네호 등 다른 이름을 가진다. 각 단계마다 아가베의 풍미와 숙성에서 오는 깊이가 달라지는 매력이 있다.


블랑코(Blanco)

증류 후 숙성 없이 바로 병입하거나 아주 짧은 기간(최대 30일)만 숙성한다. 투명하고 맑은 색으로, 아가베의 순수한 풍미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플라타(Plata), 실버(Sliver), 화이트(White) 데킬라라고도 불린다.


레포사도(Reposado)

오크통에서 최소 2개월, 최대 1년 미만으로 숙성한다. 보통 2~3개월 숙성하는 경우가 많으며, 밝은 황금빛을 띠고 아가베 본연의 맛과 오크의 풍미가 균형을 이루며 블랑코보다 부드럽다.


아네호(Añejo)

오크통에서 최소 1년 이상, 최대 3년 미만으로 숙성한다. 초콜릿, 커피, 캐러멜 같은 뉘앙스가 더해져 풍미가 깊고 복합적이다. 색은 진한 호박색을 띤다.


엑스트라 아네호(Extra Añejo)

오크통에서 최소 3년 이상 숙성시킨 최고 등급의 데킬라. 진한 호박색에서 갈색을 띠며, 위스키나 브랜디와 견줄 만큼의 깊이와 우아함을 자랑한다.


숙성하지 않은 데킬라에서는 아가베의 순수한 풍미를, 숙성한 데킬라에서는 아가베와 오크통이 만나 더 부드럽고 복합적으로 깊어진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지금 한국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12가지 ‘요즘 핫한 데킬라’를 소개한다.

818 데킬라 에잇 리저브

818 TEQUILA EIGHT RESERVE


켄달 제너가 멕시코 증류소를 수년간 직접 방문하며 생산 과정에 관여한 브랜드. 이름 ‘818’은 그의 고향, 캘리포니아 칼라바사스 지역 번호에서 따왔다. 기본적으로 8년 이상 재배된 블루 아가베를 사용하며, 그중 ‘에잇 리저브’는 1~8년까지 숙성된 프렌치·아메리칸 오크 원액을 블렌딩해 완성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여운 속에 과실의 풍미와 은은한 스파이시함이 조화를 이룬다. 숫자 ‘8’ 모양의 고급 보틀에 담겨, 보는 즐거움까지 더했다.

싱코로 아네호

CINCORO ANEJO


마이클 조던과 4명의 NBA 구단주가 함께 만든 브랜드. 보틀 디자인은 조던의 친구이자, 에어 조던(Air Jordan) 디자이너였던 ‘마크 스미스(Mark Smith)’가 설계. 창립자 다섯 명을 상징하는 오각형과  조던의 등번호에서 영감을 얻은 23도 각도를 병의 아랫면과 뚜껑에 적용했다. 아네호는 24~28개월 간 테네시 위스키 배럴에서 숙성되어, 조리된 아가베와 메이플, 다크 초콜릿의 단맛이 쌓이고, 부드러운 여운으로 마무리된다.

하시엔다 데 테파 크리스탈리노

HACIENDA DE TEPA CRISTALINO


멕시코 현지에서 빠르게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의 ‘크리스탈리노’. 아메리칸 오크에서 최대 9개월 숙성한 뒤 여과 과정을 거쳐 맑고 투명하게 완성된다. 숙성에서 얻은 오크의 깊이는 정제되어 깔끔하게 남고, 신선한 아가베의 단맛과 실키한 질감이 조화를 이룬다. 이 데킬라의 매력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2025년 7월, 마포구에 문을 연 ‘하시엔다 데 테파 데킬라 하우스’로 향해볼 것.  데킬라와 칵테일, 멕시칸 요리를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클라세아줄 레포사도

CLASEAZUL REPOSADO


프리미엄 데킬라 시장의 시작을 알린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 모든 보틀이 직접 설립한 도자기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멕시코 전통 문양을 변형해 아가베를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우아하게 담아냈다. 아메리칸 위스키 배럴에서 8개월간 숙성해, 일반 레포사도보다 긴 숙성 기간 덕분에 풍성한 맛과 향을 가진 것이 특징. 아가베 시럽, 바닐라, 오렌지, 시나몬, 바나나 향이 부드럽게 어우러져, 육즙이 풍부한 육류, 초콜릿 무스, 숙성 치즈 등과 잘 어울린다.

코모스 아네호 크리스탈리노

KOMOS ANEJO CRISTALINO


수확한 피냐를 오븐에서 쪄낸 뒤 두 번 증류하는 것이 코모스 데킬라의 특징. 그중 ‘아네호 크리스탈리노’는 증류 후 화이트 와인을 숙성했던 프렌치 오크에서 1년 이상 숙성한 뒤, 숯으로 여과해 맑고 투명한 빛을 띤다. 열대과일, 귤 껍질, 흰 꽃의 섬세한 향이 먼저 차오르고, 바닐라의 부드러움이 감돈다. 이후 미네랄의 산뜻함과 함께 달콤함이 실키하게 이어진다.


코모스 엑스오

KOMOS X.O


10년 이상 숙성한 꼬냑에만 허락되는 ‘X.O’에서 영감을 받은, 코모스 라인업의 정점. 국내에는 단 6병만 들어온 희귀한 제품이다. 아메리칸 버번 오크와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한 뒤, 올로로소 셰리 오크에서 추가 숙성한다. 최소 3년에서 최대 11년 간 숙성한 원액을 블렌딩해, 장기 숙성의 깊이를 강조했다. 초콜릿과 바닐라의 풍성한 향, 우아하게 이어지는 긴 여운이 특징이며, 크리스털 보틀에 담긴 모습까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완성했다.

돈 훌리오 1942

DON JULIO 1942


창립자인 돈 훌리오 곤살레스(Don Julio Gonzalez)의 데킬라 제조 60주년을 기념해, 2002년 선보인 특별한 에디션. 이름에는 그가 첫 여정을 시작한 해, 1942년이 새겨져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 글로벌 패션 위크, 백상예술대상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축하의 순간을 함께하며, 데킬라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100% 블루 아가베로 빚어 아메리칸 오크에서 2년 이상 숙성했다. 캐러멜, 헤이즐넛, 아몬드, 커피의 풍미가 바닐라, 초콜릿과 어우러지며, 따뜻한 오크와 구운 아가베가 더해져 깊고 복합적인 맛을 완성한다.

소모스 데킬라

SOMOS TEQUILA


연간 단 2천병만 한정 생산하는 희귀 데킬라. 그간 오직 프라이빗 컬렉터만을 위한 데틸라로 만들어졌지만, 지드래곤과의 협업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단 88병만 한정 출시된 특별 에디션은 멕시코의 유명 세라믹 아티스트 로드리고 노리에가(Rodrigo Noriega)와 지드래곤이 함께 손을 잡은 디자인으로, 시그니처인 금빛 도트에 실제 14K 금을 입혀 서울의 반짝이는 야경을 형상화했다. 최대 10년까지 완숙시킨 블루 아가베만을 사용해, 프리미엄 XO 꼬냑 오크에서 24개월 숙성했다. 꼬냑 특유의 과실향과 은은한 스파이스 노트가 아가베의 농밀한 단맛과 어우러지며, 실키한 텍스처와 긴 여운을 남긴다.

호세쿠엘보 리제르바 데 라 파밀리아 플라티노

JOSE CUERVO RESERVA DE LA FAMILIA PLATINO


100% 유기농 블루 아가베 만든, 소량 한정 생산 블랑코 데킬라. 200년 넘는 전통을 바탕으로 완성된 독자적인 공법 ‘에센시아 데 아가베(Esencia de Agave)’로 아가베를 천천히 익혀, 천연의 단맛과 풍미를 온전히 끌어낸다. 그 결과 아가베 본연의 순수하면서도 부드러운 캐릭터가 살아나나며, 한층 더 균형 잡힌 맛을 선사한다. 디테일에서도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병 입구는 밀랍으로 봉인하고, 까마귀ᐧ아가베ᐧ코아(아가베 수확 도구)로 이루어진 가문의 문장을 찍어내며, 수공예 나무 상자에 담아낸다.


*왜 하필 까마귀일까?

‘쿠에르보(CUERVO)’는 스페인어로 까마귀를 뜻한다. 이는 설립자 호세 안토니오 데 쿠에르보(Don José Antonio de Cuervo) 가문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1800 크리스탈리노

1800 CRISTALINO


220년 전통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생산되는 역사 깊은 데킬라 브랜드. 7년 이상 재배한 블루 아가베를 사용하며, 아메리칸·프렌치 오크에서 약 16개월 간 숙성 후 포트와인 오크에서 6개월 추가 숙성하고 숯 필터를 거쳐 투명하게 완성된다. 블랑코의 깔끔함과 아네호의 풍부함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으며, 화이트 초콜릿과 버터스카치, 아가베의 긴 여운, 후추 향신료의 풍미가 특징이다.

오초 2024 플라타 티에라스 네그라스

OHCO 2024 PLATA TIERRAS NEGRAS


데킬라 브랜드 최초로 생산 연도와 아가베 재배지를 표기하며 ‘빈티지’ 개념을 도입한 오초. 아가베 씨앗부터 원료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고, 전용 증류소에서 오직 오초 데킬라만을 만든다. ‘2024 플라타 티에라스 네그라스’는 할리스코 로스 알토스(Los Altos de Jalisco) 지역의 점토질 회색 토양에서 자란 블루 아가베로 탄생했다. 밭의 별칭인 ‘티에라스 네그라스(Tierras Negras, 검은 대지)’에서 이름을 따왔다. 잘 익은 아가베의 깊고 복합적인 향을 바탕으로, 꿀의 달콤함과 신선한 허브, 생동감 있는 시트러스가 조화를 이루며 뚜렷한 개성을 드러낸다.


오초 2024 레포사도 미란딜라스

OHCO 2024 REPOSADO MIRANDILLAS


옥수수와 수수를 주로 재배하던 저지대 밭에서 처음 길러낸 아가베로 완성한 ‘레포사도 미란딜라스’. 원액은 버번 오크에서 정확히 ‘8주 8일’ 숙성한다. 이 독특한 숙성 방식이 아가베의 뚜렷한 개성과 오크 숙성의 조화를 이끌어낸다. 잘 익은 아가베의 단단한 뉘앙스를 바탕으로, 달콤한 향신료와 시나몬, 은은한 바닐라가 겹겹이 어우러지며 깊은 풍미를 완성한다.

EDIT. 홍수연

PHOTO. 국순당, 메타베브코리아, YNK어소시에이트, 드밀커뮤니케이션, 하이트진로, 디아지오코리아, 소모스, FJ코리아, 아영F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