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매달 즐거운 축제가 열리는 곳



<스왈로> 김진환 오너 바텐더


사람들이 <스왈로>를 기억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오너를 보고, 또 누군가는 직원들과의 친분으로 발걸음을 할 수도 있다. 또 위스키가 정말 다양한 곳, 또 다른 누군가는 기대를 품고 “다음 달에는 어떤 행사가 열려요?”라고 질문을 던지게 하는 곳. 핵심은 ‘오너 원툴’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 그것이 김진환 오너 바텐더가 이곳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비결이다.  

모두가 어려웠던 팬데믹 시기 바를 오픈했다. 

2018년 월드클래스 코리아에서 우승하고 이듬해 좋은 제안으로 롯데호텔 1층에 자리한 <더드로잉룸>이라는 바의 책임자로 오픈부터 참여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베스트 바 입성을 목표로 설계되었고, 거대 회사 자본이 투입된 만큼 많은 걸 시도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변수가 터지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곳에 계속 남을 것인가, 아니면 제 바를 시작할 것인가. 결국 후자를 선택했고, 그때부터 ‘어떤 가게를 만들어야 하나’에 대한 깊은 고민이 시작됐다. 발효나 직접 증류 같은 <더드로잉룸>의 연장선에 있는 모던 테크닉부터 제로 웨이스트를 포함한 지속 가능성까지, 해외 경험을 통해 넓어진 식견만큼이나 구상했던 콘셉트도 많았다. 지금의 자리를 계약할 때까지 바 이름조차 정하지 못하고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스왈로’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 

바라는 공간의 본질에 대해 원점부터 다시 생각했다. 결국 무언가를 마시고, 먹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아닌가. ‘스왈로’는 이 모든 행위를 아우르는 ‘삼키다’는 행위에 집중한 이름이다. 또 좋은 소식을 물어다 주는 제비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이길 수 없는 강력한 브랜드명이 아닐 것, 발음하기 쉬울 것 등 스스로 정해 놓은 몇 가지 기준에도 부합했다. 본질에 충실하고, 쉽고 편안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김진환 바텐더가 ‘대외적으로’ 활동을 멈춘 시간이 있었다. 1년 넘는 기간. 타는 목마름으로 그의 칵테일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는 높아졌다. <커피바K>, <머스크> 등 거쳐온 바들의 굵직한 네임 밸류, 월드 클래스 우승이라는 타이틀도 기대치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자신의 첫 바를 향한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을 리 없었지만, 그는 화려한 테크닉과 이목을 끄는 콘셉추얼함보다 조용히 정진하는 길을 선택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바텐더, 그리고 손님 입장에서 <스왈로>가 주는 즐거움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처음에는 제 이름값 때문에 오는 분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만, 그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20대 중반이었다면 또 모르지만(웃음). 그래서 저 한 사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빛나는 바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또, <스왈로>는 칵테일과 위스키의 주문 비중이 거의 반반에 가깝다. 손님들은 기분과 취향에 따라 폭넓게 선택할 수 있고, 바텐더들 역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다채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공간 규모에 비해 위스키 라인업이 상당하다.

<커피바K>, <머스크> 등 그동안 거쳐온 바들의 영향도 있고,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위스키 저변이 크게 확대된 영향도 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는데, 이제는 이 수많은 위스키들이 이곳의 빠질 수 없는 인테리어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는 듯하다.


게스트 바텐딩을 비롯해 매달 다채로운 행사도 열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오픈 초기부터 해외 바텐더 초청 행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직원들이 하루 차이로 코로나에 걸려 일주일간 격리되는 일이 발생했다. 혼자서는 바를 운영할 수 없어 하루에 한 명씩 동료 바텐더들을 불러 일주일을 버텼다. 의도치 않은 게스트 바텐딩이었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위기가 기회가 됐달까. 이 경험을 예행연습 삼아 2022년 만우절부터 매달 행사를 열고 있다. 이제는 역으로 제안이 들어올 정도로 <스왈로>만의 ‘콘셉트 있는’ 행사로 자리 잡은듯하다.

 

오너가 되면서 교육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스왈로>만의 교육 방침이 있다면 무엇인가.

예전의 저는 좋게 말하면 ‘강성’ 리더였다(웃음).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방식으로는 건강한 팀을 만들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핵심은 ‘왜’를 이해하는 것이다. 어떤 행동에 대해 ‘왜 그랬냐’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유를 들어주는 연습이 리더에게는 정말 중요하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매니저 정도의 직급이 되면 사실 이게 쉽지 않다. 또 <스왈로>에서는 팀원들이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훈련한다. ‘사실’, ‘혹시’, ‘개인적으로’ 같은 방어적인 단어는 쓰지 못하게 한다. 틀려도 좋으니 자신 있게 자기 생각을 말하라고 독려한다. 제가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으면, 팀원들도 말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이런 자신감이 쌓여야 손님에게 칵테일 한 잔, 위스키 한 잔을 추천할 때도 확신을 갖고 임할 수 있다.


칵테일 트레이닝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나.

처음에는 메뉴 가짓수를 제한한다. 모스코 뮬, 스푸모니처럼 비교적 만들기 쉬운 칵테일부터 시작한다. ‘비교적’이라는 것이지 단순해 보이는 칵테일도 결코 쉽지만은 않다. 중요한 건 바텐더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더 공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잘 못 만든다고 기회를 아예 뺏어버리면 오히려 성장을 막는다. 손님에게 죄송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바텐더의 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의 기회와 타협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컴플레인은 제가 책임지면 된다. 그 리스크가 바텐더에게 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 그러면서도 누가 만들어도 준수한 맛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스왈로> 시그너처 칵테일을 관통하는 특징과 대표 칵테일 두 가지를 소개한다면.

한 잔 한 잔에 의미, 즉 스토리를 입히는 것이다.  그중 ‘ㅋ.ㅋ.ㅋ.ㅋ.’는 에스프레소 마티니의 변형으로 코냑, 커피, 카카오, 카라멜 등 현대인들이 힘든 걸 감추기 위해 먹는 활력소들을 재료로 사용하면서, 속은 썩어가도 겉으로는 웃어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ㅋㅋㅋㅋ’라는 단어에 빗댔다. 한국인이라면 하루에 한 번은 꼭 쓰는 단어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더 마에스트로’다. 월드 클래스 위닝 칵테일인데, 청력을 잃은 뒤에도 매일 아침 원두 60알을 직접 세어 커피를 내리던 베토벤의 루틴에서 영감받았다. 그 행위가 그의 정신력을 무너뜨리지 않은 원동력이라 생각했다. 그 일화에 착안해 원두 60알로 만든 비터, 위스키, 그리고 그가 음악 레슨비 대신 와인을 받았던 일화를 바탕으로 와인 슈럽을 만들어 더했다. 구조적으로는 불바디에나 네그로니와 닮아있다.


<스왈로>가 어떤 바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나.

이름 그대로 손님들이 언제든 편하게 찾아와 즐겁게 먹고 마시고, 자신의 좋은 소식을 바텐더에게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그런 바가 됐으면 한다. 처음 그 마음으로 시작했으니까.


마지막으로 본인은 어떤 바텐더이고 싶나.

오너이지만 여전히 바텐더로서의 마음의 불꽃을 가지고 있다. 다시 한 번 대회에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또 항상 어떤 것에서든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물음표를 던지는 바텐더이고자 한다. 제 인생 지로이자 바텐더로서의 철학이다.


끊임없이 던져온 물음표는 물음표로 끝나지 않음을 안다. 외부로부터든, 자신 안으로부터든 얻은 해답으로 새로운 마침표를 찍어온 그. 그 점점을 모아 선으로, 면으로 완성해 온 그가 또 어떤 도형을 보여줄 지 기대해본다.




EDIT. 장새별

PHOTO. 윤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