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없는 샴페인의 밤 
텔몽 프라이빗 디너 

텔몽은 과감히 패키징을 벗어던지고 맨몸의 보틀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리고 그 보틀 위에는 놀라울 정도로 집요한 고백들이 적혀 있다. 전체 생산량과 개별 병입 넘버링은 기본이고, 데고르쥬망 연도, 도사쥬 함량 등이 담겨 있다. 블렌딩 비율은 극단적일 만큼 투명하다. ‘텔몽 리저브 로제’를 예로 들면, 2015년과 2013년 리저브 와인이 각각 단 2%씩 들어갔다거나, 피노 누아 품종 0%라는 숫자까지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마치, 샴페인이 탄생하는 모든 여정을 숨김없이 공유하겠다는 선언문 같다. 라벨 위 정보의 무게는 이토록 무겁지만, 텔몽이 지향하는 샴페인의 철학은 끝없는 ‘덜어냄’과 맞닿아 있다.

지난 6월 2일, 포시즌스 서울 <유유안>에서 열린 프라이빗 디너에서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 저스틴 미드(Justin Meade)는 샴페인 병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 병의 무게는 830g입니다.” 보통의 샴페인 병 무게는 900g을 웃돈다. 내부의 강한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일반 와인 병보다 훨씬 두껍고 무겁게 제작되기 마련인데, 텔몽은 이 당연했던 관행에 의문을 품고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혁신을 단행했다. 나아가 2027년에는 '-30g' 캠페인의 일환으로 800g 중량의 병으로 한국 소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병이 가벼워지면 유리를 생산할 때는 물론이고, 샴페인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도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탄소 발자국을 지우기 위해 2차 패키징을 없앴고, 새 유리 대신 재활용 유리로 다시 100% 재활용이 가능한 보틀을 만들어냈다.

“최고의 샴페인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 바탕이 되는 지구를 먼저 보호해야 합니다”라고 덧붙인 저스틴 미드의 한 마디는 병 안과 밖으로도 실현되고 있다. 텔몽은 떼루아의 출발점, 즉 포도가 자라는 땅을 2031년까지 100% 유기농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샴페인 하우스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재생가능 에너지원을 활용하고 있다.

환경적 부담을 덜어내는 미학은 맛에서도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떼루아 본연의 순수한 맛을 인위적으로 가리지 않기 위해 퀴제 전반의 도사쥬(당분 첨가) 수치를 낮춘 것이다. 디너의 포문을 연 ‘텔몽 리저브 드 라 떼르’는 도사쥬가 단 2.5g/L에 불과한 엑스트라 브뤼로, 하우스 최초의 100% 유기농 인증 샴페인이기도 하다. 청사과와 미네랄리티, 시트러스의 생동감이 첫 모금부터 입안을 기분 좋게 깨웠다. 이어진 ‘텔몽 블랑 드 블랑 2014’역시 4.2g/의 낮은 도사쥬. 밝고 경쾌한 산미에서 고소한 브리오슈 풍미로 넘어가는 과정이 단 하나의 튀는 구석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낮은 도사쥬 수치 덕분에 음식과 무리 없이 어울렸다. 특히 ‘텔몽 블랑 드 누아 2015’는 어떤 요리를 곁들여도 성격 좋게 어울리는 푸드 프렌들리 샴페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뫼니에 61%, 피노 누아 39%블렌딩으로, 청량함에 바질, 라임 향이 어우러진 가벼운 쌉싸름함이 북경오리의 육향을 뒷받침하는 한편, 쌈으로 함께 즐기는 오이, 파채 등의 향을 싱그럽게 살렸다.

정보는 무겁게, 환경에 가하는 영향과 단맛은 덜어낸 텔몽. 무언가를 덧대고 숨길 이유가 없기에 더욱 당당한, 비밀 한 점 없는 샴페인과의 밤이 맛있게 저물었다.



EDIT. 장새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