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어른들을 위한 불량한 위로

쓰윗 THWEET

위스키와 아이스크림. 페어링으로 나란히 서는 대신 한 몸으로 녹아들었다. 발베니, 아드벡, 메이커스 마크 같은 익숙한 위스키들이 아이스크림 속으로 스며들어 경계를 허문다. 접시 위에서는 한층 불량함을 뽐낸다. 시가 모양을 한 휘낭시에, 재떨이를 닮은 타르트까지. 어설프게 흉내 낸 반항이 아니다. 모든 디테일을 정교하게 파고든, 그래서 유쾌하기까지 한 '진짜'들의 장난이다. 이 지독한 불량함은 결국 ‘맛’이라는 정공법으로 설득력을 얻는다. 낮 12시부터 자정까지, 이 골목에서 가장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어른들의 디저트 바다.

Adult Only, 

위스키 아이스크림의 세계로

 

입구에 큼지막하게 걸린 ‘Adult Only’ 사인. 지하 1층에 자리한 매장은 얼핏 보면 바를 닮았다. 하지만 이곳, <쓰윗>은 위스키와 아이스크림의 경계를 허무는 어른들의 디저트 실험실. ‘휘낭시가’, ‘재떨이 타르트’처럼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메뉴들이 곧 이곳의 정체성 그 자체다. 업장명은 위스키와 아이스크림이 가진 맛을 각각 한국어와 영어로 표현한 ‘쓰다’와 ‘sweet(달다)’의 합성어. “쓸수록 달콤하다”는 브랜드의 철학과, ‘위스키 아이스크림’이라는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담고 있다.

전에 없던 이 대담한 콘셉트는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친구, 드웨인(Dwayne)과 피트(Pitt)의 손에서 탄생했다. 매장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드웨인 대표는 마케팅 에이전시와 버추얼 아이돌 그룹 사업팀을 거치며, 엔터테인먼트와 IT를 접목하는 일을 해왔다.  F&B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 지점이 경계 없는 과감한 발상의 자양분이 됐고, 공동대표 피트(Pitt)가 위스키와 아이스크림을 결합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앞섰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위스키 수요가 급격히 늘었지만, 한 편에서는 위스키가 ‘독하고 부담스럽다’는 장벽은 여전한 시기., 두 사람은  ‘디저트’라는 가장 달콤한 매개로 그 문턱을 낮추고자 했다. 실험적인 콘셉트와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포용력이 넓은 성수동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장은 낮 12시부터 운영된다. 위스키 아이스크림과 디저트, 커피를 즐기는 손님들과 하루를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위스키와 디저트를 함께 즐기는 손님들이 늘며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감각적인 가구와 조명 사이,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나란히 앉도록 설계된 소파 좌석이다. 바 테이블과 백 바(back bar)를 향해 같은 곳을 바라보게 만든 이 디테일은 시선의 부딪힘을 제한하고 그 사이에 편안한 대화의 온도를 불어 넣으며 이곳만의 독특한 공기를 완성한다. 기념일을 맞은 커플은 물론, 소개팅 자리로도 은근히 인기 있는 이유다.

쓸수록 달콤하다


모든 것의 시작은 아이스크림 기계 하나가 전부였던 작은 자취방. 수없이 버려진 레시피의 쓴맛 끝에서, 이들은 완벽한 위스키 아이스크림을 향한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가장 큰 난관은 위스키의 풍미와 아이스크림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었다. 수많은 실패의 데이터를 쌓아 올린 끝에 찾아낸 해답은 알코올 도수 3.8도. 풍미는 선명하게 살리되 아이스크림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쓰면서도 달콤한 타협점이자 타협 없는 기준이다. 

이 치열한 과정은 <쓰윗>만의 창작 공식으로 이어졌다. 자체적으로 정립한 두 가지 접근 방식을 통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다. 먼저 ‘Flavor-Driven’은 맛과 식감을 먼저 기획하고, 그에 맞는 위스키를 매칭하는 방식이다. 디저트로서 아이스크림의 매력이 강조되고, 위스키가 서브하는 형태다. 초코 소르베 스타일의 ‘스모키 초코벡’, 솔티 카라멜 젤라또 스타일의 ‘발베니 캐러멜’이 대표적이다. 반면 ‘Whisky-Driven’은 위스키의 캐릭터를 아이스크림 플레이버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오렌지 소르베 스타일의 ‘글렌 오렌지’, 사과 소르베 스타일의 ‘애플 피딕’이 그렇게 탄생했다.

드웨인 대표의 원픽은 ‘스모키 초코벡’. 아드벡 위스키의 피트함이 강렬하게 다가오면서도 다크 초콜릿이 부드럽게 감싸면서 마무리되어, 피트 위스키가 낯선 사람에게는 부담이 없고 애호가에게는 충분한 깊이를 전한다. 아이스크림을 담당하는 파티시에 스테리(Starry)가 추천한 ‘싱글 포레스트’는 더 글렌그란트 10년과 진한 말차가 들어간 젤라또로, 위스키의 은은한 풍미가 말차의 쌉싸름함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아이스크림 라인업은 계속해서 확장 중이다. 얼마 전에는 한국 위스키 브랜드 ‘기원(KI ONE)’과 협업해 ‘기원 배치 7 CS’로 복숭아 소르베를 선보이는 등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자취방에서 시작된 씁쓸한 실험은 이제 성수동을 대표하는 달콤한 성공으로 쓰여지고 있다. 

컨셉만큼 지독한 맛에 대한 집념


시작은 위스키 아이스크림이었지만, 지금은 개성 강한 디저트 라인업으로 확장됐다. 첫 번째 주제가 ‘술’이었다면, 두 번째 주제는 ‘시가’다. 여러 다이닝 레스토랑과 디저트 바를 거쳐 <쓰윗>의 디저트 파트를 리드하고 있는 아테나(ATHENA) 파티시에는 휘낭시에로 시가를 표현했다. 네 가지 맛의 ‘휘낭시가’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블랙 올리브 휘낭시가’. 위스키를 판매하는 공간인 만큼, 안주처럼 곁들일 수 있는 디저트를 고민한 끝에 블랙 올리브와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조합하고, 오징어 먹물로 색을 내 시크한 단짠 휘낭시에를 완성했다. 생소한 조합이지만, 고객과 직원 모두의 반응이 좋다. 휘낭시에가 ‘시가’처럼 보이는 것은 ‘재’의 역할도 크다. 블랙 카카오 크럼블을 곱게 간 뒤 실버 펄 파우더를 섞어 질감과 색을 표현했다.

두 번째 디저트는 ‘재떨이 타르트’다. 파티시에는 “혐오감을 주면 안 된다”라는 기준을 세우고, 콘셉트를 과감하게 드러내며 디테일을 살리되 맛있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메뉴판을 보고 잠시 망설일 수 있지만, 초콜릿 코팅이 반짝이는 실물에 이내 마음이 열릴 것이다.  타르트는 두 가지 버전으로 선보인다. ‘블랙 카카오 애쉬 타르트’는 카카오 파우더로 색을 낸 타르트 쉘에 구운 피칸과 통카빈 가나슈, 블랙 카카오 글레이즈를 차례로 레이어링하고 말돈 소금을 더해 풍미를 살렸다.  홍국쌀로 색을 낸 ‘버건디 베리 애쉬 타르트’는 버터크림과 바닐라 파운드 시트, 라즈베리·블루베리 콩피츄르를 층층이 쌓아 올리고 레몬 제스트로 마무리했다. 재떨이에 꽂힌 담배꽁초 모양은 머랭을 활용했는데,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출퇴근길에 길바닥 담배꽁초를 유심히 관찰했다는 웃지 못할 비하인드도 있다.

위스키 아이스크림으로 먼저 입소문이 났지만, 요즘은 이색 디저트와 커피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드웨인 대표는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된다는 점이 반갑다”라고 말한다. <쓰윗>의 목표는 어른들의 다양한 취향을 담아내는 디저트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뷰티, 보석, 명품 등 어떤 주제도 가능하다. 앞으로도 기발한 콘셉트의 디저트를 계속 만들어낼 이들의 내일이 궁금해진다.



EDIT. 홍수연

PHOTO. 염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