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 일을 시작한 지 꽤 오래다. 어떤 경험과 경력을 거쳐 <연남마실>을 오픈하게 됐나.
<연남마실>은 아내와 함께 오픈했다. 둘 다 15~20년 가까이 호텔에서 일했다. 나는 바텐더로 시작해 관리자 직급까지 올라갔고, 아내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커리어를 계속 이어가고 싶었지만 한 곳에서 오래 일하다보니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지치더라. 그때 아내가 먼저 “잠깐 쉬면서 생각해보자”고 제안했고, 함께 퇴사했다.
여행을 다니며 앞으로의 삶을 고민해보려 했는데, 막상 떠나보니 여행하느라 바빴다.(웃음) 목표를 세운 것도, 큰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니었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보며 마음속에 무언가가 차곡차곡 쌓였다. 그렇게 1년 반을 보냈다. 사실 내 바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자영업은 ‘최후의 보루’였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돈은 없어도 시간은 많으니, 매물이나 한 번 보러 다니자며 임장을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엉망으로 운영하는 곳들이 많더라. 돌아보면 좀 건방진 생각이었지만 (웃음) ‘우리 둘이 하면 최소한 망하진 않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마실’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
바를 하기로 마음먹고 제일 먼저 정한 게 이름이었다. ‘이웃집이나 동네 친구 집에 놀라간다’는 의미 그대로, 누구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 당시만 해도 바 문화는 지금보다 훨씬 낯설고 어려웠다.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 차려입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었으니까. 그런 공간보다는 말 그대로 ‘마실 가듯’ 가볍게 들를 수 있는 바를 상상했다. 나중에 보니 ‘마시다’라는 말도 되더라. 이름 하나에 내가 만들고 싶던 바의 모습이 다 들어 있었다.
지금은 연남동에도 바가 많지만, 오픈 당시엔 불모지였다. 청담이나 한남 같은 상권 대신새로운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이미 형성된 상권에는 잘하고 있는 동료들이 많았다. ‘굳이 나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대신 메인 상권이 아닌 지역에도 ‘좋은 바’에 대한 갈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렵게 찾아가는 곳이 아니라, 동네 안에서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바. 불모지에서 단비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다.
수많은 동네 중 연남동을 선택한 이유는.
서울 곳곳을 정말 많이 다녔다. 보광동이나 만리재로, 연남ᐧ상수ᐧ합정 등 메인 상권에서 살짝 떨어진 곳들을 주로 봤다. 지금의 공간은 가장 마지막으로 본 곳이었다.
11월쯤 저녁 시간대에 방문했는데, 동네에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신 공간이 마음에 쏙 들었다. 집처럼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실제로 가정집이었고, 무엇보다 마당이 있었다. 집 중앙의 벽을 뚫어 테이블을 만들면 좋겠다는 구상도 바로 떠올랐다. 결국 이 집이 좋아 연남동을 선택한 셈이다.
연남동에서 바를 찾는 손님들의 특징은.
정말 다양하다. 바를 찾아 다니는 분들이 오기도 하지만, 맥주 한 잔이나 칵테일 한 잔만 가볍게 즐기는 분들도 있다. 또 바인 줄 모르고 왔다가 즐기고 가시는 분들도 있고, 산책하다 들르는 주민들도 많다. 처음엔 카페 몇 곳만 있던 골목이었는데, 지금은 상권이 형성되며 손님층도 다양해졌다.
연남동에서 바를 운영하는 장단점은.
일단 동네가 재미있다. 홍대와 가까운 곳으로, 서울에서 가장 젊고 활발한 에너지가 있는 지역 중 하나이지 않나. 다양한 사람, 특색 있는 업장들이 많아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기에도 좋다. 단점이라면 바텐더 동료들과의 교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물리적 거리가 있다 보니, ‘같이 해볼까?’ 하다가도 주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