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2위의 무게, 다음을 향한 책임감



<제스트> 김도형 오너 바텐더


2025년 7월 15일, 마카오에서 열린 ‘아시아 50 베스트 바’. 신규 진입만 20곳으로 수많은 바가 순위의 변동을 겪은 가운데, 서울 <제스트>가 2년 연속 2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단순히 맛있는 칵테일을 넘어 지속가능성이라는 뚜렷한 철학으로 아시아 바 씬에 건강한 이정표를 제시한 이들. 영광의 순간 이후, 더 깊은 고민과 단단한 책임감으로 무장한 제스트 팀을 만났다. 

2025 ‘아시아 50 베스트 바’에서 2위의 자리를 지켜냈다. 기분이 어떤가. 

큰 영광을 얻게 되어 정말 감격스럽다. 무엇보다 저희와 함께 마카오에 동행한 한국의 다른 바들도 좋은 성과를 거두어 그 기쁨이 더욱 크다.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주는 팀원들, 그리고 <제스트>와 대한민국 바 문화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모든 분들이 함께 만든 값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늘 겸손한 자세와 책임감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 


48위로 첫 입성 후 2위로 올라서면서 <제스트>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단적으로 외국인 손님 비중이 늘었다. 현재 70% 정도다. 리스트에 진입했을 때부터 늘기 시작하더니, 2위를 한 후에는 압도적으로 증가했다. 저희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한국 바들의 순위가 오르면서 인지도와 관심이 무척 높아졌다. 서울을 찾는 업계인들도 많아지고, 게스트 바텐딩도 활발해지며 바 문화가 활기차게 형성됐다. 자연스럽게 <제스트>를 찾는 곳도 많아져 외부로 나가는 일도 늘었다. 


해외 게스트 바텐딩을 나갈 때 <제스트>의 공백은 어떻게 메우나. 

일단 저희는 우성현, 박지수, 권용진 바텐더 그리고 저까지 네 명의 오너가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수월한 편이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밖에서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하는 편이다. 저희가 바 안에서 계속 칵테일만 만들면, 어떤 팀원은 이 바가 문을 닫는 순간까지 바에 직접 서지 못할 수도 있다. 저희 역시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기회를 얻고 성장했기에, 이제는 그 기회를 팀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제로 웨이스트를 포함해 '지속가능성'이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지키는 데 어려움은 없나.

물론 많다. 메뉴를 만들 때 오직 '맛'에만 집중하면 훨씬 수월하고, 어쩌면 결과물도 더 맛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철학이 곧 <제스트> 그 자체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다. 대외 행사 제안이 들어왔을 때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 ‘플라스틱 잔을 써야 하는 가’이다. 그렇다면 참여를 반려하거나, 잔을 직접 챙겨가 바쁜 와중에도 일일이 닦아 쓰곤 한다. 쓰레기의 문제도 있지만 잔이 달라지면 음료의 퀄리티가 완전히 달라져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용 문제로 알루미늄 캔을 쓸 수밖에 없어 무산된 편의점과의 협업처럼, 재정적으로 좋은 기회를 놓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내려놓음으로써 얻는 가치가 훨씬 크다고 믿고 있다.


포기함으로써 얻는 부분은 무엇인가.

저희의 철학이 담긴 결과물을 소비자들이 경험할 때, 그 가치를 훨씬 더 깊이 느끼는 것 같다. 내부적으로는 단순히 빠른 결과물보다는 완벽함을 추구하게 된다.

지속가능성의 가치는 메뉴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나.

대표 메뉴인 'Z&T'는 로컬 과일과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는 허브를 사용하는 계절 진토닉이다. 바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는 쓰레기 중 하나인 캔을 줄이기 위해 직접 만든 토닉 워터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라스트 피스 Last Piece'는 흔히 버려지는 바게트 빵의 끝부분을 럼에 인퓨징하고, 파인애플 껍질을 발효시켜 만든 테파체를 사용한다. 가니시로 올리는 미니 크로아상은 현재 우리 밀을 활용한 주문 생산을 위해 논의 중이다.  


이런 가치들을 손님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나.

요즘 손님들은 좋은 술과 밸런스 좋은 칵테일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 그 보다는 메뉴 하나하나에 녹아 있는 저희만의 스토리를 들려주려고 노력한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게 충분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도록 정리된 문안을 바탕으로, 테스트를 통과한 팀원들만 접객을 한다. 


오너들의 명확한 철학과 방향성을 팀원들과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나.

최근에 팀원들과 새로운 약속을 했다. 출근할 때 플라스틱 컵에 담긴 테이크아웃 커피나 캔 음료를 소비하지 말자고. 저희의 철학을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옮겨보자는 다짐이다. 또한 '책임감 있는 음주 문화'를 위해 손님에게 무분별하게 샷을 권하기보다, 정성껏 만든 슈터 한 잔을 대접하는 등의 룰을 정했다. 일하는 사람도, 손님도 건강한 문화를 만들고 싶다.

지속가능성은 비단 환경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을 향한 가치이기도 하다. 팀원들 삶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

바는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다. 바텐더는 손님을 응대하며 음료를 만들기 때문에, 바텐더가 행복해야 손님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저희 팀원들이 이 일을 오랫동안 지속하고, 또 이곳을 떠나서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기본적인 것 같지만 4대 보험, 발생하는 초과 근무와 공휴일 근무에 대한 보상, 교육비 지원 등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원들의 휴게 공간을 겸한 랩실도 만들었다. 


랩 Lab은 어떤 곳인가. 

감사하게도 문을 열면 곧바로 만석이 되어 매장 안에서 메뉴를 개발하거나 기계를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18명으로 늘어난 팀원들의 짐을 보관할 공간조차 부족해서 큰 스트레스였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공간으로 팀원들이 편히 쉬면서 메뉴 개발에 집중하고, 각종 재료와 기물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제스트>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단기적으로는 브랜드를 확장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저희 넷이 없어도 <제스트>가 온전히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해왔고, 이제 그 준비가 되었다고 느낀다. 2호점이나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저희가 한국 바 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팀이 되고 싶다. 저희 역시 <앨리스>와 <르챔버>가 없었다면 ‘아시아 50 베스트 바’ 입성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처럼 저희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이 업계의 가능성을 꿈꾸고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K-POP으로 비유하자면 보아라는 아시아의 별이 있었고, 그 뒤로 비와 싸이, 지금은 BTS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기 위해 바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책임감 있는 개인으로서 좋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DIT. 장새별

PHOTO. 염서정, ZEST